민간기업 연구개발(R&D) 투자의 7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에 인접한 충청권까지 더하면 86%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투자되고 있다. 산업기술인력의 수도권 집중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지역특화센터, 지자체 연구소, 대학내 지역혁신센터 등과 같은 지역기술센터들이 대부분 공용장비를 중심으로 한 단순 기술지원 기능에만 머물러 있어 ‘산업기술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5월 정부 스스로가 인정한 ‘전략없는 R&D투자 확대에 따른 혁신의 위기’인 셈이다.

공공부문 연구개발비 지역별 비중 추이

<자료=산업연구원>

◇R&D·기술인력 등 지역편중 심화=산업연구원 ‘지역의 산업기술 혁신생태계 구축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민간기업 R&D투자의 74.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충청권의 11.9%를 합하면 86.6%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투자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과 기업 본사가 주로 수도권에 입지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공공 R&D투자도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1995~2013년 사이 수도권의 공공부문 R&D투자 비중이 27.9%에서 34.9%로 확대됐다. 대전을 제외한 비수도권 비중은 같은 기간 18.2%에서 19.8%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정부출연연구소 등이 밀집해 있는 대전의 경우 공공부문 R&D투자 비중은 53.9%에서 43.0%로 줄었다.

공공부문 R&D투자는 지역의 취약한 과학·산업기술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편중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인력의 수도권 집중은 더 심각하다. 2008~2012년간 고급 기술인력은 총 13만여명이 증가했는데, 이 중 92.4%가 수도권에서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에서 늘어난 기술인력은 7.6%에 불과했다. 이는 판교·상암·마곡 등 수도권내 대규모 연구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이들 인력이 수도권에 몰린 탓이다.

◇지역의 기술 중개기능 취약=지역에는 정부출연연구소를 제외하더라도 기술지원기관이 다수 존재한다. 이를테면 지역특화센터가 82곳, 지자체 연구소 19곳, 대학내 지역혁신센터(RIC) 105곳 등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대개 공용장비를 활용한 시험·분석 지원, 인증평가, 시제품 제작지원 등 단순 기능에만 머물러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게다가 지자체의 경우 이미 설립돼 있는 지역기술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기 보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위해 신규 기관설립을 선호, 중복 지원을 하는 유사 기관들이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나왔다.

지역 혁신생태계 형성을 위한 정책과제의 도출

<자료=산업연구원>

보고서는 지역기술센터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도입된 기술혁신 관련 바우처 사업을 제시했다. 이는 중소기업청의 ‘연구장비 공동활용 지원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중소·중견기업 공통기반기술 활용 지원사업’ 등이다. 기술수요자인 중소기업이 기술공급자를 선택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도록 함으로써 기술중개기능에 그친 지역기술센터를 수요지향적으로 운영하자는 얘기다.

 
또 기술인력의 경우 ‘센터 연구원’의 명함으로 중소기업에 파견돼 활동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산업연구원 김영수 선임연구위원은 “지식공급 주도가 아니라 기술수요 중심의 연계체계가 필요하고, 기술인력의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지역기술센터가 기술 중개기능에서 벗어나 계약연구 중심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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