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팀장은 14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중동 전망세미나에서 “석유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중국의 경제성장이 더뎌지며 석유수요는 둔화된 상황”이라며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앞으로도 유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불과 1년 반 사이에 3분의 1로 추락했다. 2014년 중반만해도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었던 두바이유는 올해 들어 3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유가 하락의 주 원인은 세계적인 석유공급량 증가다.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 석유생산량을 조절하고 수급 밸런스를 맞추는 ‘스윙 프로듀서’ 역할을 했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자국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양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수요는 요지부동인데 공급만 늘어나니 석유가격은 떨어졌다.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단절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산유국간 수급량 조절이 더욱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처한 상황을 봤을 때 석유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유가 하락을 점쳤다.

석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수출국으로 돌아선 점도 유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은 최근 본격적으로 셰일오일을 생산하며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OPEC의 석유공급량 대비 미국의 공급량은 10년 전 25%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40%까지 뛰었다. 석유생산량이 늘어난 미국은 지난해 말 40년 만에 원유수출 금지 제한을 풀고 유럽에 수출을 시작했다.

세계 5위 석유수입국인 한국에게 저유가는 호재인 듯 보인다. 싼값에 기름을 살 수 있으니 기업은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가계는 다른 분야에서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수주가 수입원인 건설업과 해양플랜트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70% 수준인 461억달러에 머물렀다. 특히 중동지역 수주액은 165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바다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를 발굴·생산하는 해양플랜트 업계도 해외수주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