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는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가죽제품 업체들이 협동조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은 독자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장인정신을 인정받고 있죠. 우리 ‘지갑쟁이’들이 만든 브랜드 ‘BiTi’도 가격 거품없이 품질로 승부하는 명품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한국지갑산업협동조합 고성일 이사장(에스더블유 대표)   ©중기이코노미

한국지갑산업협동조합 고성일 이사장(에스더블유 대표)은 “이곳에서 지갑을 만들고 사업하는 분들은 대기업 하청을 받아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BiTi라는 공동브랜드가 생겨서 다들 만족해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BiTi, 서울신용보증재단 협업화 사업으로 탄생

서울 암사동·천호동 일대에는 200여개의 가죽 생산업체가 모여 있다. 예전에 이태원 일대에 있던 가죽 관련업체들이 도시재정비사업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1990년 이후 하나둘씩 그곳을 떠나 이곳으로 옮겨왔다. 대부분 가내수공업 형태지만, 30년 이상된 ‘지갑의 고수’들이다.

BiTi 브랜드 제품

협업화 사업에는 디자인과 기획을 담당한 지갑·문구 판매업체 ‘에스더블유(SW)’와 지갑제작 전문업체 ‘아이리스’ 또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주)디지털웨이브’가 참여했다. 협업화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SW는 BiTi 제품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7개 업체들을 모아 ‘한국지갑산업협동조합’을 만들게 된다.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지갑공장, 가방공장, 재단공장, 도금공장, 금형공장, 박스공장, 디자인 회사 등 7개 업체들은 모두 소규모이지만, 평균 20년 이상 직접 가죽 지갑을 만들어온 장인집단이라고 고 이사장은 소개했다.

이들은 직접 원부자재를 고르고 이를 디자인하고 가공과 제작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제품생산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한땀 한땀 장인이 만들고 꼼꼼한 검수과정

협동조합 회원사인 재단업체에서 가죽 원단을 재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종 제품을 소비자에게 내놓기까지 검수과정을 3번 거쳐야 하는 꼼꼼함과 장인정신이 이곳만의 강점이라는 얘기다.

“세상은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고 많은 것이 디지털화 돼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BiTi는 이러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탄생했습니다. 지폐와 동전 같은 화폐들이 사라지더라도 지갑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갑은 단순히 돈을 담는 주머니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는 액세서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손으로 직접 만든 지갑은 아날로그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 이사장은 지갑을 시작으로 가방, 아웃도어 제품, 패션 잡화까지 ‘손으로 만드는’ 아이템 개발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한솔프라자에 BiTi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도 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BiTi를 중국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세계시장까지 진출하기 위한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 이와함께 BiTi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이후에는 직업학교 등을 세워서 가죽지갑 산업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청년창업이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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