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법원은 은행의 키코 상품에 대해 불공정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피해 중소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며 형사고소와 헌법소원 등을 추진키로 해 키코 사태의 결말은 아직까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키코가 논란이 된 이유는 환리스크 관리에 대한 자체 역량을 갖춘 기업들도 피해가기 힘든 위험 요소가 내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약정환율과 상하한 범위가 있는 키코계약은, 실제환율이 약정의 하한 아래로 내려갈 경우 계약이 해지돼 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간과 이익상한치가 정해져 있었다. 반대로 약정 위로 올라갈 때는 계약에 대한 보상의무가 발생하고 손해의 규모도 상한치가 없어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였다. 실제로 환율이 급상승해 예상치를 넘어서자 다수의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이익은 제한적이고 손해는 상한치가 없는 키코 상품이 판매될 수 있었던 이유로 피해 기업들은 은행의 불공정행위를 지적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품 자체에 대해서는 불공정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상품판매 과정에서 은행의 책임이 일부 인정된 경우도 있어 사안별로 판단이 필요하다.

키코로 인해 다수의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환리스크 상품이 만능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외부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환율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리스크 관리에 사용되는 기법도 다양해 전문인력을 갖추지 않으면 관리가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전문인력 보유만큼이나 경영진이 환리스크 관리에 대한 기초 상식을 알아두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전문부서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금융기관 등에서 개최하는 세미나나 강좌를 이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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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적 관리기법:선물환거래 등 직접 거래로 환리스크 방어  

환리스크 관리 방법은 크게 내부적 관리기법과 외부적 관리기법으로 나뉜다. 내부적 기법은 계약시기를 매칭하는 등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을 통한 관리기법이며, 외부적 기법은 외환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한 환리스크 관리를 의미한다.

외부적 관리기법은 직접 외환거래를 해서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가장 기본적인 기법이다. 대표적인 형태가 선물환 거래다. 석유와 곡물 등을 거래소에서 선물거래 하듯이 외환을 미래의 특정시점에 현재 정한 환율로 거래하겠다는 약정을 은행과 체결하는 방식이다.

수출 혹은 수입계약을 체결해 외환 거래가 결정된 상황에서, 대금 결제시점의 환율이 계약시와 차이가 나면 기업은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수출계약의 경우 외환을 팔아 원화로 교환하는 비율을 은행과 사전에 약정해두면 환율이 오를 때의 이익은 줄어들게 되지만 만일 환율이 떨어졌을 때 생기는 손해 역시 줄일 수 있다. 수입 시에는 반대로 외환 매입환율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때 외환거래액 전액을 사전에 약정한 환율로 교환키로 하는 ‘전체 헤지’를 선택할 수도 있고, 일부만 약정환율로 교환하고 나머지는 거래 시점의 환율로 교환하는 ‘일부 헤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액 헤지보다 일부 헤지 방식을 이용할 것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발생 가능한 환차익을 전액 포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예상 외환거래액보다 규모가 큰 선물환 거래는 위험성이 크다. 10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은행에게 200만달러의 외환을 판매하겠다고 계약한다면 계약액 이상의 달러를 시중에서 매입해 다시 은행에 판매하게 된다. 이때 약정환율보다 시장환율이 낮다면 기업은 큰 이익을 보게 된다. 하지만 환율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인다면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더 큰 환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환율 차로 인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수출 또는 수입액의 범위 내에서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해가는 수단으로만 이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은행 등 당사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선물환 거래와 달리 거래소에서 불특정다수와 외환거래를 하는 통화선물이라는 형식도 환리스크 관리에 이용된다. 원리는 같지만 거래방식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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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예상이 쉽지 않고 선물환이나 통화선물같은 외환거래를 직접 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 경우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을 이용할 수도 있다. 환변동보험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대신 환차손이 발생하면 보상을 받고 환차익이 발생할 경우 무역보험공사가 환수해가는 구조다. 

내부적 관리기법:중소기업이 시행하기엔 어려운 방법 많아

내부적 관리기법은 직접 외환거래를 하는 방법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을 통해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주로 외환거래가 다양하고 규모도 큰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국내법인과 해외지사들간의 채권과 채무를 상계하고 남은 금액만 결제하는 방식이 그 예다. 해외지사들이 많고 본사와의 거래규모가 큰 기업에서 사용 가능하다.

수입계약과 수출계약의 시기를 일치시켜 기업이 스스로 외환을 보유하는 시기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있다. 수출로 확보한 외환으로 즉시 수입계약 대금을 결제하면 환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역시 수출과 수입계약의 규모와 시기가 다양한 기업에서 이용 가능한 방안이다.

환율을 예측해 대금결제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 역시 환리스크 관리의 한 방법이다. 수출의 경우 대금결제 시기에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거래 상대방에게 대금을 일찍 받아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수입의 경우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거래대금을 앞당겨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거래 상대방의 협조가 필요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방안이다.

외환거래가 자주 있지 않거나 규모도 작은 기업들은 내부적 관리기법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다.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를 통해 환차손을 막거나 환차익을 노리는 외부적 관리기법이 더 적절해 보이는 이유다.

환위험 관리 10계명 참고해 적극 관리 나서야

한국거래소 환리스크 관리센터에서는 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를 지원하고 다양한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제안하는 환위험 관리 10계명은 기업들이 눈여겨볼 만한 내용들이 많다.

1. 환율 변동에 따른 어떠한 기대이익도 추구하지 않는다.

2. 예상수출액의 범위 내에서 환위험관리 전략을 짠다.

3. 환리스크 노출금액 전액을 헤지하지 않고 회사의 실정에 맞는 최적의 헤지 비율을 계산해 적용한다.

4. 환위험 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투기다.

5. 1년 뒤 환율과 예상수출액을 염두에 두고 매달 환율전략을 짠다.

6. 가칭 ‘환관리위원회’를 두어 정보왜곡에 의한 의사결정의 위험을 줄인다.

7. 환위험 관리비용은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료다.

8. 환차손익 자체보다 의사결정의 합당한 사유, 내부지침준수 등을 평가한다.

9. 헤지를 실행할 때는 유관 부서가 모두 체크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한다.

10. 환관리 전문가를 내부에서 육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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