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주목받는 핫 키워드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미래산업이라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플랫폼’이라는 농지를 내실있게 다져놓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으로 경쟁의 판을 바꾸고 있다”며 “새로운 경쟁의 판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창규 KT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2016년에는 플랫폼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밝혀 플랫폼 사업 의지를 나타냈다.

대표적인 IT 플랫폼은 스마트폰 운영체제다. 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아니면 아이폰OS 운영체제다. 삼성, 엘지, 노키아, 애플, 화웨이, 샤오미 등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안드로이드와 아이폰OS라는 플랫폼에 기대 하드웨어를 만들어낼 뿐이다. 스마트폰 관련 시장은 스마트폰 기기, 애플리케이션, 주변기기, 액세서리, 광고산업, 서비스 산업 등 무궁무진하지만 이들은 결국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OS라는 플랫폼에서 파생된 시장인 것이다.

이처럼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많은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은 남이 만든 플랫폼에 의존해 제한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페이스북이 2014년 가상현실기기 제조업체 ‘오큘러스VR’을 인수했을 때 관련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은 플랫폼 장악 파급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부는 올해 정보화사업에 5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산업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정부지원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단지 예산만 지원되는 수준이라면 곤란하다. 일례로 최근 열린 웨어러블 디바이스 관련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왔던 정부기관 발표자는 웨어러블 관련 분야에 대한 개념조차 잘 잡지 못한 듯 우와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 산업동향 등 최신 정보를 얻으려 했던 참가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정부지원이 자칫 ‘헛돈 쓰는 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에 상응하는 전문가 집단이 함께 꾸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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