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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난 18일 “박근혜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의 성과를 이뤄냈다”며 먼저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구소가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행평가’ 보고서에서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이행평가를 분석한 결과 20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고가 매입,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땅콩회항’ 사건, 삼성물산 합병의 불공정성 논란,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비리경제인 특별사면,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을 거치면서 재벌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여전한 가운데 경제개혁연구소가 내놓은 평가에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입법=실천?” 법안 실효성 ‘의문’=경제개혁연구소는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분석해 ▲법안처리 공약 42점 ▲단순이행평가 33.5점 ▲실효성 평가 20.5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성적이 80점”이라고 한 대목과 정반대되는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규순환출자금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율, 하도급법·가맹사업법 개정 등 경제민주화 과제 20개 중 13개가 입법돼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다고 자평한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규순환출자 금지의 경우 61개 재벌 중 순환출자가 있는 경우는 8개 그룹에 불과한데다, 이 중 순환출자가 총수의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는 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현대산업개발 등 3개 그룹에 불과하다. 정책 효과가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또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율도 예외조항을 넓게 두고 있어 오히려 규제 회피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있는 31개 그룹 106개 회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합병·분할·지분매각·해산 등을 통해 규율을 회피한 사례를 28곳으로 파악했다. ‘무늬뿐인 규제’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순환출자 보유 집단 수가 2013년 15개에서 지난해 8개로 줄어드는 등 신규순환출자금지 시행 이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총수일가 사익편취 개정법의 경우 기업의 효율성·보안성·긴급성을 위한 내부거래는 기업의 정상적인 거래활동이기 때문에 국회 여야 합의를 거친 예외 사유”라고 했다.
◇기업지배구조 등 핵심법안 ‘실종’=경제민주화 논란 중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는 대목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이다.
2013년 법무부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감사위원 분리 선출·집중투표 및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마련, 그 해 6월 공청회를 거쳐 7월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2년 반 가량이 지난 현재까지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담은 상법개정 정부안은 확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당초 대선공약집에서 밝힌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크게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관련 법을 어기면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하도급법의 일부인 ‘부당 단가인하·발주취소·반품’ 등만 3배 배상제를 적용토록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은 앞으로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확대·운용한 뒤 추진할 것”이라며 “3배 손해배상제는 실손배상이라는 민사법 체계와 다른 점을 감안해 하도급법상 3배소 운용 경과를 감안해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구소 강정민 연구원은 “경제민주화 법안 대부분이 공정위 소관사항인데다, 이를 공약으로 포장해 성과로 부풀렸다”며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공공기관 책임경영 강화, 사후구제 및 감독 강화 등은 그대로 놔둔 채 입법된 개수를 실천이라고 하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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