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과·제빵업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여부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관장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반성장을 위해 재지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27일 열린 동반위 사업설명회에서는 이를 의제로 상정한다는 것외에 ‘동반성장’ 명칭에 걸맞는 주관기관으로서의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경제의 힘찬 도약은 동반성장에서 시작된다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동반성장위원회의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중소기업중앙회 소한섭 본부장, 전경련 배명한 센터장, 동반위 김형호 사무총장, 동반위 안충영 위원장, 중소기업청 김병근 정책국장, 산업통상자원부 진종욱 과장, 중견기업연합회 최희문 본부장 등이 27일 열린 동반위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다.<사진=동반성장위원회>

적합업종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적합업종에 선정되면 향후 3년간 대기업의 사업철수 또는 확장자제가 권고된다.

논란이 일고 있는 제과·제빵 업종은 다음달 말 적합업종 지정 만료를 앞두고 있어, 대기업의 무차별적 사업확장으로 피해가 우려돼 대한제과협회 등 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 재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제과 등 18개 품목 재지정 의제 삼을 것”=동반위는 27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2016 동반성장 사업설명회’에서 적합업종이 만료되는 18개 품목에 대해 재합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 품목은 ▲플라스틱봉투 ▲가정용 가스연료 소매업 ▲서적·잡지류 소매업 ▲자동판매기 운영업 ▲제과점업 ▲중고자동차판매업 ▲음식점업(7개) 등이다. 또 슈퍼마켓 식자재도매업, 문구도매업, 기계공구도매업 등 새로 접수된 9개 품목에 대해 적합업종 합의를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적합업종 108개 품목 지정 운영

2016년 1월 기준<자료=동반성장위원회>

그러나 최근 적합업종 지정 문제를 놓고 대·중소기업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동반위는 적합업종 추진과 관련 주관기관으로서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안충영 동반위원장이 “동반위의 역할은 대기업의 투자범위를 인위적으로 억제해 중소기업을 진흥하는 하향평준화를 하는데 있지 않다”며 “적합업종 합의과정에서 민생품목은 재합의를 유도하고, 국내외에 걸쳐 시장의 파이가 늘어날 수 있는 경우 상생협약으로 유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이와관련 중소기업중앙회 소한섭 경제정책본부장은 “현장에서는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갈등도 현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민간합의기구라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동반위가 (적합업종 추진에 대해) 실행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동반위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제과·제빵 업종의 경우 동반위에서 이를 충분히 검토해 의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합업종 지정 여부는 대기업 대표와 중소기업 대표, 그리고 학계 등 공익대표 등이 참여해 의결·권고토록 하고 있다.

◇동반성장 평가 확대·위반행위 제재 강화=한편 동반위는 매년 대기업을 중심으로 동반성장 여부를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업체를 지난해 149곳에서 올해 171개 업체로 늘렸다. 평가 대상업체에는 중견기업 비중도 지난해보다 40%가량 증가했다. 공기업 등 58개 공공기관도 동반성장 평가대상에 포함시켰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

<자료=동반성장위원회>

평가업종도 지난해보다 2개 업종이 늘었다. 제조, 건설, 도소매, 백화점, 홈쇼핑, 정보서비스, 통신 등에 이어 가맹점과 플랫폼 사업자가 포함됐다.

이와함께 올해 평가에서는 가·감점 평가도 강화된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 육성을 강화하는 정부방침에 맞춰 동반위도 중소기업과 해외에 동반진출하는 대기업에 대해 가점을 주기로 했다.

한편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제재조치를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중소기업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동반위 소속 변호사를 통해 법률자문을 지원키로 하는 등 수·위탁분쟁조정협의회를 적극 운용키로 했다.

안 위원장은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기술이나 특허침해, 결제 지연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동반성장지수 평가 등을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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