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수 전문업체인 산업교육연구소가 27일 주최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신산업 육성정책 관련 세미나’를 취재하기 위해 여의도 사학연금 회관을 찾았다. 최근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에너지신산업이 뭔지, 또 어떤 정부정책이 있는지, 이를통해 관련 업계가 어떤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알리기 위해서다. 유료세미나 였기 때문에 사전에 주최측에 양해를 구했고, 흔쾌히 취재를 해도 된다는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주최측은 외부로 유출돼선 안되는 내용이 담겨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작성한 기사의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검열(?)을 거치라고 요구했다. 주최측의 황당한 요구에 아연실색하며 자리를 떴다. 유료세미나를 취재하면서, 기자의 기사를 검토하겠다는 몰상식한 요구를 받은 경우는 처음이다.

최근 산업동향 등을 소개하는 유료세미나가 늘고 있다. 가격은 4~5만원에서부터 40~5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정부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단체가 있는가하면, 지원없이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꽤 부담스러운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무료세미나 보다는 더 알찬 내용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비용을 지불하고 세미나를 찾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 세미나의 경우 비싼 참가비에도 불구,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취재기자들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주제와 내용이 사전에 공시한 것과 다른 경우도 있고, 또 발표자가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거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비용을 지불한 참가들 앞에서 “솔직히 제가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라는 등의 무책임한 발언이 서슴없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발표자로 나선 공무원이나 연구원의 경우 이미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된 내용을 재구성한 것에 불과한 경우도 적지 않은데,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고 자료집만 구매할 경우 10~30만원하는데 그 내용 역시 비용을 지불할 만큼 가치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미나 내용이 부실해 비용이 아까워 환불받으려 해도 마땅한 방법도 없다. 현행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는 세미나의 경우 따로 환불기준을 마련해놓고 있지 않아 주최측의 약관을 따를 수밖에 없다. 세미나를 일종의 교육으로 판단하면 ‘학원운영업 및 평생교육시설운영업’과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교습이 시작되더라도 ‘교습기간이 1월 이내’일 경우 ‘총 교습시간의 1/3 경과 전’이면 수강료의 2/3를, ‘총 교습시간의 1/2 경과 전’이면 수강료의 1/2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산업계 종사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는 유료세미나 자체가 옳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참가등록비를 받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가치있는 내용의 세미나라면 대가를 지불하는 게 옳다. 인력도 비용도 부족한 중소기업이 정책설명회나 세미나에 관련 담당자를 보냈다면, 여기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기를 바랄 것이다. 주제만 그럴싸하고 과연 이들의 바람만큼 세미나 주최 업체가 가치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언론에 보도되면 안되는 세미나 내용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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