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지역 대학 세 곳이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다. 대학들은 기술이전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지역 중소기업들을 한데 모아 산업단지를 꾸릴 계획도 갖고 있다. 베드타운인 서울 동북지역을 기술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서울과학기울대학교 박익근 산학협력단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공릉동 한국전력 연수원 부지를 산업단지로 조성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 중”이라며 “산업단지가 들어선다면 인근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의용공학과 연계한 헬스케어 및 방사선 연구 분야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첫 단추로 서울과기대는 광운대, 국민대와 함께 연합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기술지주회사란 대학이 보유한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만든 회사로, 창출된 수익은 대학에 다시 투자된다. 대학이 관리한다는 점에서 공익법인의 성격을 띠는 동시에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영리법인의 성격도 가진다.

기술지주회사는 서울 동북지역을 거점으로 하되 다른 지역과도 연계할 생각이다. 박 단장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산·구로), 서울디지털미디어시티(상암), 판교테크노밸리와 교류하는 한편 마케팅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각 대학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박 단장은 “서울과기대는 기술, 국민대는 산업디자인, 광운대는 소프트웨어 보유 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각 대학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기술지주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각 대학마다 10개씩 유망기술을 선발해 기술이전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지식재산권 관리와 마케팅은 IP전문회사인 윕스가 맡는다. 대학이 가진 기술을 사업화했을 경우 얼마나 ‘돈’이 될지에 대한 부분은 IP전문회사의 영역이라는 것이 박 단장의 설명이다.

“기술지주회사가 설립된다면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이전 받아 매출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대학과 중소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술을 이전 받은 뒤 추가 연구가 필요한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사업에 신청해 볼 것을 조언했다. 박 단장은 “산업부에 IP 비즈니스화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며 “기술력과 자본, 연구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면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이전 받은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부 정책자문위원, 산업부 산업표준심의회 전문위원 등을 지낸 박 단장은 정부 R&D 지원사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중소기업이 자유롭게 연구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과제를 성공하지 못했을 때는 지금보다 엄격하게 패널티를 주자는 것이다.

박 단장은 “중소기업청 R&D 사업 평가에 참여해 보니, 기업들이 정부 연구비 활용에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기업에 연구비를 지원했다면 세세한 사용내역은 묻지 말고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눈먼 돈’이라는 생각에 지원금을 받고 연구를 소홀히 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함이다. 지금도 과제수행 결과가 매우 불량하거나 연구 과정이 불성실한 경우에는 환수 조치를 하고 있으나, 이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박 단장의 생각이다.

“기업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세금을 쓰는 일이니 제대로 해야죠. 이런 문화가 정착된다면 기업들도 실현 불가능한 과제는 신청하지 않을 테고, R&D 지원금을 받았다면 반드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