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일 대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을 동결하라는 권고안을 냈다. 임금을 올리는 대신 신규채용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라는 제안인데, 여러모로 근거가 빈약해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경총은 “대졸 정규직 신입 근로자의 임금이 과도하게 높다”고 규정한 뒤 이같은 현상이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임금이 높아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학력 인플레이션까지 유발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연봉이나 복리후생이 대기업보다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 임금을 깎아, 둘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발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여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줄여야지, 대기업을 낮춰 하향 평준화시킬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이 기존 직원들의 임금이 높아 신입을 채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앞서 대기업들은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 주도의 청년희망재단에 각각 수백억원을 쾌척했던 터다. 삼성이 250억원, 현대차 200억원, SK LG 롯데는 각각 100억원씩 냈다. 대기업들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었다면 기부할 돈으로 신규인력을 채용했으면 됐을 터다. 그것이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다. 삼성전자가 내 놓은 250억원은 신입사원 700명의 1년 치 연봉(대졸 정규직 신입사원 초임 3600만원 기준, 경총 발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면서도 경총은 이번 권고의 목적이 인건비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임금 인상의 여력이 있다면 신규채용을 확대하고 취약계층 근로조건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상승을 제한하면서 대신 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 경총의 권고안은 대기업의 고임금을 부각시켜 임금상승 압박을 누르려는 의도로 보여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