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웹팩스 수신함을 열어보면, 거의 매일 정체가 모호한 같은 내용의 팩스가 여러 통 들어와 있다. ‘직장인 대상 법정의무교육 접수안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안내’, ‘기업체 근로자 법정의무교육 협조문’ 등 그럴싸한 제목을 단 안내문이다. 내용을 보면 “‘성희롱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등은 국가에서 지정한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직장에서 시행하지 않으면 막대한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협박성 안내다. 회사전화로도 이런 안내가 오는데, 1~2시간의 이러한 교육을 하고 재테크 강의도 포함(심지어 건강식품 등 상품안내도 제안)된다며, 업체에 따라서는 도시락이나 간식, 기념품 등을 제공한다고도 했다. ○○개발평가원, ○○예방본부, ○○교육문화원 등 전문성이 묻어나는 업체명이지만, 기자가 확인한 결과 정부가 의무교육을 위탁지정한 교육기관들은 아니다.

의무교육을 빙자한 영업행위가 끊이지 않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기관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부적격 기관에 대해 시정지시 및 지정취소 처분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중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미지정 교육기관 추가 실태조사’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과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한덕수 주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단속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지정 교육기관에 대한 조사 자체가 어렵다”며 “적법하게 신고되지 않은 영세업체들이 생겨났다가 금새 사라지곤 해 실태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한 주무관은 “추후 금융감독원 등과 협력해 단속 규정을 만드는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이 문제에 대해 손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보험영업검사실 도종택 검사기획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금융회사들이 단체영업을 하는 것만으로는 단속할 방법이 없다”며 “다만 보험 판매 후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입증된 경우에는 업무정지, 과태료, 등록취소 등 보험업법에 의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기관이 아닌데도 교육기관을 사칭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사기 행위로 고발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문판매 및 전화권유판매 업체가 관할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거나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관련 당국은 더 이상 기업들이 이와관련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의무교육을 빙자한 금융상품 혹은 건강식품 판매 등의 불법영업행위에 대한 실태 조사부터 제대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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