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다. 붐비는 귀성인파 속에서 여러 단체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아주머니는 민생을 구하는 법을 제정하는데 서명을 하고 가라며 팔을 잡아끌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아르바이트생과 대학생, 비정규직들이 지난 2일 발족한 흙수저당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객석마다 노동개혁과 위안부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안내문을 꽂아놨고, 이에대해 불만을 가진 승객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해말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국민통합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갈등수준은 5점 만점에 3.65점이었다. 응답자의 73%가 한국사회의 갈등수준에 대해 ‘매우 심하다’ 또는 ‘심한 편’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부터 금수저·흙수저로 대변되는 빈부격차 등 사회에 만연한 갈등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사회갈등을 풀려는 정부의 노력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4개국 가운데 한국의 사회갈등관리지수는 0.380으로 체코(0.429), 슬로베니아(0.408), 포르투갈(0.406)과 비슷했고 일본(0.569), 미국(0.546)보다는 낮아 27위에 그쳤다. 한국 보다 낮은 국가는 멕시코, 터키,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7개 국가 뿐이었다.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정부의 행정이나 제도가 사회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다. 정부의 효과성, 규제의 질, 부패 통제, 정부의 소비자지출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계산된다. 이 보고서는 사회갈등관리지수가 높아지면 1인당 GDP도 함께 높아진다고 말하고 있다. 갈등관리 능력이 10% 증가할 경우 1인당 GDP는 1.75~2.41% 늘어난다. 이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사회통합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마디로 우리 정부의 사회갈등 조정 능력은 부족하다. 오히려 사회갈등을 완화하려는 노력대신 이를 양산하는 행태를 보이기까지 했다. 어떤 때는 영·호남을 가르는 지역갈등이었고, 어떤 때는 부모와 자식을 등 돌리게 하는 세대갈등이었다. 가족이 모두 모인 설날, 훈훈한 덕담 대신 올해도 정치·세대 갈등만 나타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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