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조지워싱턴대 객원교수이자 세계중소기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가톨릭대 김기찬 교수가 최근 열린 한 포럼에서 ‘오늘 우리 경제의 답을 찾다’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갈라파고스는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있는 섬이다. 우리나라의 전라북도 크기다. 갈라파고스는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어 고유 생물종이 많다. 찰스 다윈이 이곳에서 진화론의 영감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이 섬의 이름을 따 ‘고립’을 표현하기 위해 신드롬을 붙였다. 즉 괜찮은 제품인데도 자국 시장만을 염두에 둔 채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북한에 곧잘 비유되곤 한다. 외부 세계와 담을 쌓으며 60여년 폐쇄된 사회를 지켜온 북한 사회가 ‘현대판 갈라파고스 섬’이라고 빗대기도 한다. 또 2년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통합진보당 해체 사건 당시 한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하혁명조직(RO)과 관련, “외부와 소통없이 자기들 생각에만 편집증적으로 집착해 ‘정신적 갈라파고스에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빗댄 것이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된 원인은 ‘정치’에 있다. 일본 정부는 세수가 줄어들자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이 때문에 정부부채가 대폭 늘어나게 됐다. 게다가 버블 붕괴이후 이미 포화상태인 도로·항만·공항 등 건설경기를 부양시켜 버블을 더욱 심화시켰다. 당시 내각에 대해 ‘무능력한 정부’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어를 일본 대신 한국으로 치환한다면 어떨까. ‘부채주도 성장정책’을 주도하는 우리 정부에게 주는 경고처럼 들린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윽박 질러대는 정부는 진화하지 못해 퇴행한 갈라파고스 종족과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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