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정치 싸움에 결국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남북경협은 군사적 긴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민간교류 역할을 해 왔다. 이번 정부의 초강경 대응은 남북대화라는 마지막 끈마저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11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가 밝힌 연구분석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정식 가동된 2005년 개성공단 입주 기업체 수는 18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125곳에 이른다. 생산액 규모는 2005년 1491만달러에서 2014년 23억3378만달러로 무려 156배 증가했다. 2014년 현재 개성공단의 교역실적은 23억3800만달러로 전체 남북한 교역실적(23억4300만달러)의 99.8%를 차지한다. 이처럼 남북한 교역 총량은 거의 대부분 개성공단의 교역실적에 따른 것이어서, 개성공단이 사실상 남북한간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0년 이른바 ‘천안함 폭침사건’을 계기로 남북교역 중단·대북 지원사업 보류 등을 담은 ‘5.24조치’를 단행했지만 개성공단은 제외했다. 그러나 ‘5.24조치’ 이후 일반교역과 위탁가공교역 등이 크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대북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70%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55.8%에 이르며, 입주기업 3곳 중 1곳(31.2%)은 대북사업에만 100%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등에 따르면 ‘5.24조치’로 인해 입은 손실액이 총 4030억원으로, 1개 업체당 평균 38억75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번 개성공단 중단 결정으로 입주기업 대부분은 수익 악화 등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원부자재 등 반입·반출이 금지된다면 계약에 따른 위탁생산이 불가능하고, 납품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입주기업들이 피해와 손실을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인다”며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출구조차 막아 놓은 초강경이어서 피해액 규모는 천문학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개성공단을 매개로 한 남북경협은 무관세 혜택과 북한 노동자의 저임금 등으로 양적 성장을 지속해 왔다”면서 “한반도 최소한의 안전핀이랄 수 있는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10년 이상 축적돼온 남북경협의 소중한 자산들 마저 송두리째 사라져버릴까 염려된다”고 했다.

한편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에 따라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과 자재, 장비 등의 철수가 11일부터 시작됐다. 아울러 정부는 개성공단 시설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 등 후속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인원 철수조치에 따라 우리 측 인원이 귀환하면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수순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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