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와 한일 양국 무역수지

<자료=산업연구원>

엔저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2013년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규모인 1176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이 단가인하보다는 경영체질 개선에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이 체력보강을 마치고 가격경쟁이나 R&D 투자에 나설 경우 국내 기업에 심각한 도전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산업연구원 신현수 연구위원이 작성한 ‘최근 엔저 이후 한·일 교역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아베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엔저현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본은 전년비 10.5% 감소한 7149억달러 수출에 그쳤다. 수입은 같은 기간 6% 준 8325억달러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일본은 사상최대인 117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사상최대 규모인 441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연구원은 엔저 영향이 과거(2004년~2007년)와 달리 나타난 이유로 한국제품의 경쟁력 향상에 따른 양국 간 격차 축소와 일본기업의 해외생산 확대, 중국시장의 교역환경 변화 등을 들었다.

이에 못지않게 일본 기업들의 ‘체력보강 이후’에 대한 경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엔저에도 불구하고 제품단가 인하보다는 이익 확대와 경영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수출활동의 성과는 자국통화 표시 매출액 및 이익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엔화 기반의 매출 및 이익은 빠른 속도로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이익 확대는 주가에도 반영돼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해 56.7%나 상승했다.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우리 기업들의 코스피 지수가 0.7% 상승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일본 기업들의 이익증가가 지속될 경우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수출가격 인하폭을 늘릴 것이 예상된다는 것. 이 경우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 기업의 이익격차가 중장기적으로 기술개발 등 투자에 반영될 경우 이 우려는 더 커진다. 특히 전기전자산업에서 일본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경우, 차세대제품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대일 경쟁우위도 도전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 연구위원은 정부에 대해 “엔저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따른 투자의욕 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기업 투자환경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에 대해서는 “가격경쟁력 약화를 상쇄하기 위한 해외생산 확대, 시장주도적 수출품목 개발 등을 추진하고, R&D 투자 확대로 비가격부문의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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