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거나 ‘악몽’이거나

정부당국이 3월10일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금융위 제공>

카드3사 유출 개인정보 1억여건 중 8000여만건이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시 일부에서 제기한 ‘2차 유통’ 의혹에 ‘괴담’이라고 선을 그었던 금융당국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17일 금융위는 국민일보와 경향신문이 보도한 ‘카드 정보 유출 가능성 괴담 치부’ 주제의 기사에 대해 “당시 온라인매체·SNS상에 국민불안을 조장할 수 있는 ‘루머’가 과도하게 유포되는 사례가 있어 이와 관련 사실여부를 신속히 확인하고 해명하는 노력을 했다”고 해명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카드정보 유출 2차 피해” 주장 사례가 카드3사 건이 아닌 구글 아이디 해킹 건이었으며, 이 외에도 온라인상에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유포돼 문제라는 ‘지적’이 다수 있어 대처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 온라인 매체·SNS 전담팀을 구성해 적극 대응”했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해당 건과 관련해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대응한 바 없다”고 밝혔다.

복제와 전송이 쉬운 디지털 정보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이례적으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전면 부인해 왔고, ‘면피용’이나 ‘안이한 행정’이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해명자료 치고는 옹색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특히 수많은 피해자들이 유출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았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카드 재발급 등 조치를 하지 않았던 터라, 정부당국에 대한 분노와 불신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2차 유포 확인이 이뤄진 후 긴급회의를 열어 사태파악에 나섰지만 현재 국민·롯데·농협카드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하는 것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번 1억여건의 유출 사실이 드러났을 때 피싱, 스미싱 등에 대한 대응요령을 배포하는 등의 조치를 이미 취했다”는 당국의 설명은 “달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에두른 것을 넘지 못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금융당국에게 더 이상 우군은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17일 최고위원회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검, 금융위, 금감원, 경제부총리 등이 모두 2차 피해가 없으니 안심하라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다. 카드사와 당국의 말을 믿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자신도 개인정보가 단돈 1원에 범죄용으로 팔린 것을 생각하면 온몸이 오싹하다. 당국은 2차 피해가 없었다는 처음 발표가 잘못됐다는 것을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금융위원장과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공언(空言) 이었던 셈”이라고 비난한 뒤, “국민 중 누가 정부를 믿을지 모르겠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실제 피해를 본 국민 앞에 사죄하고 향후 피해 최소화 방법에 대해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아예 “개인정보 유출대란을 확산시킨 주범은 바로 정부”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2차 유출 우려를 근거없는 괴담으로 규정했다”며, 국회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의 즉각적 소집과 관련 법의 처리를 새누리당에 요구했다.

그는 “현 부총리와 금융당국 수장들은 대국민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근본대책이 아닌 사건축소에만 급급해서 피해만 확산시킨 꼴”이라며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조경태 최고위원 역시 “부총리와 금융위원장 등이 앵무새처럼 2차 유출은 절대 없다고 단언해왔다”며 왜 2차 유출이 절대 없다고 했는지 경위와 진상을 파악해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관련자 문책을 통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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