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자선 모금 행사에서 연설 중인 미국 버몬트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모습. <사진=플리커>

미국 대선이 약 9개월 남은 가운데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열풍이 대단하다. 자본주의 입안지인 미국에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 말하는 무소속 연방위원이 대선 경선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샌더스는 지난 9일 뉴햄프셔 예비경선에서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22.45%p나 앞선 6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에는 하루만에 520만달러(약 62억원)의 선거자금을 쓸어 모았다. 억만장자로 구성된 정치자금 후원단체 ‘슈퍼팩’이 아닌 민간으로부터 후원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의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주의보다는 사회민주주의에 가깝다. 상위 1%가 하위 90%와 동등한 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현상이며, 모든 이들에게 평등한 경제적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샌더스 정책의 골자다.

샌더스는 현재 7달러인 미국의 최저 시급을 15달러로 인상하고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공약했다. 중산층과 빈곤층의 몰락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무너진 사회기반시설을 재건하는데 1조달러를 투입하고 일자리를 1300만개 창출하겠다고도 했다.

월스트리트의 투기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등 조세제도도 손질을 볼 계획이다. 투기거래에 물린 세금을 재원으로 빈곤층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노인 의료보험, 빈곤층 의료보장, 대형은행 분리, 노동자 권리 향상 등의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정당 시스템으로는 현 상황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국인들의 공감대가 샌더스 열풍을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다른 후보들도 복지와 노동권을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샌더스가 말하는 ‘정치혁명’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텍사스,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등 15개주의 경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 오는 3월1일 ‘슈퍼 화요일’에서도 샌더스 열풍이 지속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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