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인천의 한 11살 소녀가 친부의 학대로부터 극적으로 탈출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당국의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조사이후,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아동 관련뉴스가 잇따랐다. 중학생 딸을 지속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방치한 목사 부부부터, 6살 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사망하자 야산에 암매장한 비정한 엄마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갔다. 정부는 부랴부랴 관련법안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장기결석 아동 현황조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자료를 배포하고 신고앱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아동학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2013년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칠곡계모사건의 경우 가해자인 임모씨는 상해치사로 징역 10년, 친부는 친딸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양형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아동학대 사망사건 판결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사건 양형결과는 평균 5년 정도에 그쳐 다른 살인의 양형에 크게 못 미친다.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아동학대를 중대 범죄로 인식,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는 살인죄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발간한 ‘2014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해 아동학대 건수는 총 1만72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중복학대가 48%로, 다른 범죄와 비교했을 때 재발생률이 높다. 처벌을 강화해서라도 끔찍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는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참담한 피해를 당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선 아동학대를 가벼이 여기는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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