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 채용정보를 무단복제한 사람인HR이 법정에서 패소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잡코리아가 사람인HR을 상대로 제기한 채용정보 복제행위 등 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소 승소 판결을 내렸다. 

18일 잡코리아에 따르면, 사람인HR은 지난 2008년부터 잡코리아에 등록된 구인 기업의 채용공고를 무단으로 복제하는 ‘크롤링’ 행위를 한 뒤 사람인 사이트에 게재해 왔다. 크롤링(crawling)이란 웹페이지를 방문해 각종 정보를 자동으로 대량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두 회사의 채용공고 무단복제 논쟁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사람인HR은 잡코리아의 채용공고를 무단으로 복제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에도 사람인의 무단복제가 계속되자 2010년 잡코리아는 사람인HR을 대상으로 채용정보 복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2011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람인HR이 잡코리아의 채용공고를 무단으로 게재해선 안된다는 강제 조정을 결정했다. 단, 잡코리아의 채용공고를 보고 사람인HR이 해당 구인업체로부터 직접 채용정보를 제공받거나 채용정보 게재 동의를 받은 경우는 허용하기로 했다.

법원의 강제 조정 결정에도 사람인HR의 불법행위는 계속됐다는 것이 잡코리아 주장이다. 구인업체로부터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잡코리아 채용정보를 그대로 게재했다는 것이다. 잡코리아는 “사람인HR의 무단 퍼가기 영업으로 기업과 구직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잡코리아에 공고를 등록한 기업이 도중에 채용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잡코리아에서는 반영됐으나 사람인에서는 반영되지 않아 기업과 구직자들 간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잡코리아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경쟁사의 웹페이지와 콘텐츠를 무단으로 크롤링한 다음 이를 사업기회로 유용한 행위에 대해 불법성을 인정한 판시”라며 “크롤링에 대한 법적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인HR은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사람인HR 관계자는 18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해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