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 중 일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쓴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지난해 UN 보고서에 따르면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경제력(26%)보다 도와줄 사람의 존재(30%) 여부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타인에게 기부를 하는 관대함(7%)도 다섯 번째로 꼽혔다.

이처럼 기부 문화가 개인의 행복은 물론 전체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과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일 ‘나눔의 경제학’이라는 색다른 보고서를 내 놔 눈길을 끌었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특히 우리나라의 기부는 종교적 기부가 79%를 차지하는 등 특정한 곳에 편중됐다. 영국의 경우 사회·문화·환경 등 다양한 이유로 기부가 이뤄지고 있으며 종교적 기부는 전체 기부액의 14%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기부 행태가 계획적인 기부라기 보다 ‘이벤트성’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표적인 계획성 기부인 ‘유산 기부’는 미국에서 전체 기부액의 8%를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유산기부가 거론되는 등 ‘걸음마’ 수준이다. 정기적으로 현금을 기부하는 비율도 우리나라는 52.1%이지만 미국과 영국은 70% 안팎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고액기부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고액기부자의 약정기부액이 지난해 300억원 수준이다. 반면 영국의 경우 100만달러 이상 기부가 2014년 300회 가량 이뤄졌고, 이들의 기부 총액만도 무려 23억달러(한화 2조8290억원)에 달했다.

◇NPO 국내 5542곳 vs 영국 16만곳=나눔의 주요 당사자인 비영리단체(NPO) 수도 격차가 크다. 국내 NPO는 2013년 기준 2만1372곳이었으며, 이 중 국세청에 공시된 NPO법인 수는 5542곳이다. 이들의 한해 기부금 수익은 4조원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의 경우 NPO가 150만곳이 존재하며 이들의 한해 수익은 1조6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영국의 경우 정부등록 단체만 16만곳이 넘으며 이들의 한해 전체 수익은 1000억달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기부금 신고 현황을 보면 2013년 12조4859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87%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5위로 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장후석 연구위원은 “신뢰가 1% 증가할 경우 1인당 GDP가 0.6% 가량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신뢰가 낮을수록 소득불평등도가 높아지는 등 나눔(기부)은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자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어 “경제발전의 하나로 나눔과 같은 사회자본 확충을 모색해야 한다”며 “미국·일본 등은 개인기부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각각 50%와 40%를 유지해 기부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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