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대구, 부산 등 전국 5개 지역의 공역에서 드론으로 물품을 배송하거나 산림감시를 벌이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토교통부는 드론, 자율주행차, 제로에너지빌딩 등을 7대 신산업으로 정하고, 올해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했다. 중국의 드론제조업체 디제이아이(DJI)의 CEO 프랭크왕(汪滔)도 한국 드론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거론하며, 다음달 세계에서 두번째로 제품체험과 AS 등이 가능한 자사의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한국 내 드론산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사)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회장은 이와관련 “드론은 하늘에서의 산업혁명이다. 시작단계에 있지만 자율비행이나 회피기술, 또 사람까지 싣고 운반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그야말로 새로운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공간의 제약을 받는 일들이 줄어들게 되면 또 그로부터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게 될 것이고…, 도태하기 전에 빨리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회장

알쏭달쏭 드론, 오해와 진실

드론(Drone)은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항공기를 일컫는다. 어릴 때 한번쯤은 가지고 놀았던 RC카(무선조종자동차)를 떠올려보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도 적군을 파악해 폭격까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군사용으로 널리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카메라나 센서 등을 부착해 물품배송, 고층시설물 안전진단, 레저스포츠 등으로도 활용분야를 넓혔다.

특히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가격도 저렴해지고, 조작법도 쉬워져 민간 활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IT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운영하는 시장조사기관 BI 인텔리전스는 2023년 세계 드론시장 규모는 117억6000만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 추산했으며, 특히 이 가운데 군사목적이 아닌 상업용 드론시장이 약 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진작 드론시장에 뛰어들어 택배직원이 했던 일을 드론이 대신하는 유통서비스나 열기구를 이용해 전 세계에 무선인터넷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제 막 드론산업이 주목받는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 드론시장이나 기술 등이 매우 열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땅이 넓고, 사람이 없는 지역이 많아 헬기나 드론으로 씨앗도 뿌리다 보니 노즐기술이라든가 항공기술이 우수합니다. 일본도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한데다 인건비도 비싸 무인 이동체에 대한 연구와 이용이 활발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인건비도 싸고 사실 땅도 그렇게 넓지 않다보니 드론에 대한 필요성이 사실상 없었던 것이죠. 다들 국내 규제가 심한 탓을 하는데 미국이나 유럽 등 드론강국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입니다”

한국드론산업협회에서 소개한 여러 종류의 드론

실제 한국 드론산업을 거론하면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국내 비행규제가 너무 심해서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항공법에 따르면 드론은 야간에 비행할 수 없다. 비행장으로부터 반경 9.3㎞이내인 곳, 항공법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150m이상의 고도, 인구밀집지역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상공에서 조종할 수 없다. 또한 항공촬영을 하려는 경우 국방부의 별도 허가가 필요하고, 12㎏이하와 초과되는 드론으로 나눠져 따로 법 적용을 받는다. 사업용과 비사업용으로 구분돼 신고와 등록절차도 별개로 이뤄진다. 엄청난 규제같지만 사실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에도 야간비행이 금지돼 있고, 사람의 머리 위로 비행할 수 없다. 또 인구밀집지역에서 드론 비행이 금지돼 있고, 드론의 작동범위를 조종사의 가시선상 내로 규정해 사실상 카메라가 장착돼있다 해도 활용도가 낮다. 이와함께 미국 시민 및 영주권자는 250g 이상의 모든 드론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외국인은 미국 영내에서 드론을 날릴 수 없다.

프랑스도 사람 위나 주거 밀집지역의 공공장소에서는 드론을 운행할 수 없게 하고 있으며, 비행장 근처의 비행이나 야간비행은 금지하고 있다. 또 150m 이하에서만 운행해야 하며 타인의 사생활 존중을 위해 시야 내에서만 조종할 수 있고, 촬영한 영상을 관련자의 동의 없이 배포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7만500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오히려 국내 법 규정은 더 강화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최근 250g이상 25㎏이하의 드론은 전부 등록하도록 법안을 시행했습니다. 테러위험에 대비한 것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도 300g이상부터는 어느 정도의 자격을 가지고 기체에 대한 안전등록이나 보험을 들고서 조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생활 침해나 안전문제도 있습니다. 초창기일 때 안전교육이나 라이선스, 규제가 확실히 마련돼야 합니다. 산업발전과 사생활 보호가 함께 이뤄져야지 산업만 발전시켜놓고 사람이 드론 때문에 희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개최한 ‘제4회 서울 앱 페스티벌’에 참가해 드론시연을 하고 있는 (사)한국드론산업협회<사진=한국드론산업협회>

중국 대세…주행 기술개발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융합을

세계적으로 드론 돌풍을 몰고 온 주역은 중국의 드론제조업체 DJI다. DJI의 프랭크왕(汪滔)은 ‘시각의 확대’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안정된 운항을 하면서 고화질 영상촬영이 가능한 드론을 최초로 개발했다. 자동으로 특정 지역에만 머물러 날거나 한 물체를 따라 비행하는 자율비행모드는 미국을 뛰어넘는 기술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저렴하다. 선발 드론 제조업체인 미국의 3D로보틱스(3D Robotics)나 프랑스의 패럿(Parrot)이 과거 300만원 정도에 판매했던 드론이 현재 DJI의 제품은 40만원대다. 특히 주력모델인 ‘팬텀3’의 경우 그 인기가 상상을 초월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DJI는 저가형 드론으로 대중화에 앞장서 현재 세계 민간용 드론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보통 중국 제품이라고 하면 ‘허접하다, 중국스럽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수도 있는데, 드론만은 중국이 세계 최고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 드론을 보면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성능도 이에 못 미치는 제품이 21만원 정도 합니다. 중국 제품은 6만원만 해도 카메라가 달려있고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아 실내외를 막론하고 레이싱까지 가능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정도 수준을 가진 업체는 딱 두 곳뿐입니다. 중국은 1300개 회사가 있거든요. 매일매일 새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어떻게 경쟁이 되겠습니까”

박 회장은 따라서 주행기능을 탑재한 드론을 개발하는 대신, 저렴한 드론을 중국으로부터 구매해 와 카메라나 센서 등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융·복합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팬텀3의 가격이 160~170만원인데 기본 카메라가 달려있고, 적외선 카메라라던가 화상 카메라 등을 달 수 있도록 만들어져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고급 카메라 기술은 중국이 한국보다 한참 아래거든요. 100만원짜리, 200만원짜리 제품은 사고 거기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융합해 1000만원에 파는게 더 이득이란 것이죠. 사실 전 세계에서도 그런 것을 원할 겁니다. 단순 드론보다는 기상, 환경, 재난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공공의 드론을 원하고 있거든요”

박석종 회장은 국내 드론산업에 대해 얘기하면서 주행기능을 탑재한 드론을 개발하기 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융·복합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드론산업에 뛰어드는 中企, 발상의 전환부터

박 회장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드론산업에 뛰어든다면 주행기술 개발 대신 융·복합 시장을 공략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미 중국이 저렴하고 좋은 품질로 드론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 지금 공중에 뜨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선풍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드론을 만들고 싶다고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선풍기에 들어가는 모터를 작고 가볍게 만들어 드론에 넣겠다는 생각인데, 저는 반대했습니다.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중국에서 워낙 저가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 회장은 한국 기업이 1만원에 1개를 만든다면 중국에서는 며칠 뒤에 같은 상품을 5000원에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 가격경쟁에서 밀린 우리 기업은 기술개발보다는 더 싼 가격으로 경쟁하게 되고, 종국에는 가격경쟁만 하다가 회사가 도산하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천천히 나는 기술을 만들라고 조언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죠. 정밀하게 천천히 나는 기술을 만들면 그 또한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거기에 힌트를 얻어 그 회사는 천천히 도는 제어 모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뜨는 것만 생각을 하는데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와함께 드론 교육사업에 뛰어들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기계이다 보니 사용법 등 주의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한국드론산업협회는 지난해 서울시와 수원 등에서 드론 교육 등 크고 작은 10개의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단순히 드론을 멀리, 잘 날리는 것보다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자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을 융·복합한 기술을 선보이는 경진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여성 드론 강사 양성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에 드론 강사 자격증도 발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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