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이자 작가 그리고 라디오 DJ인 A씨가 운영하는 팟캐스트는 예술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정기 구독자만 7만7000여명에 달하고, 매회 다운로드 수는 15만을 가뿐히 넘긴다. 이 팟캐스트에 책이 소개되면 판매량이 급증, 팟캐스트의 이름을 딴 ‘빨간효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2003년 9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는 2주동안 약 30권 가량 판매되는데 불과했으나, A씨의 팟캐스트에 추천도서로 소개된 이후 2주동안 약 1300권이 팔리면서 판매량이 무려 43배나 뛰기도 했다. 출간된 지 10년도 넘은 책이 인터넷서점 주간 종합베스트 1위에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건강식품을 제조하는 B사는 팟캐스트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업체다. 이전에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회사가 문을 닫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걸쭉한 목소리의 시골아저씨가 자사의 건강식품을 소개하는 노래가 대박을 터뜨렸고,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이 광고는 해당 팟캐스트 노출 광고 가운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아 세련되지 않은 광고였지만, 직접 체험 후 검증된 상품만 판매하는 팟캐스트 채널의 특성과 솔직한 팟캐스터(팟캐스트 진행자)의 입담이 청취자의 구매를 유도한 셈이다.

팟캐스트로 대박 난 광고 사례

얼마 전까지 블로그나 SNS를 통한 마케팅이 인기였다면, 최근 화두는 ‘팟캐스트’다. 팟캐스트(Pod cast)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결합해 만들어진 신조어다.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사용자들에게 오디오나 비디오 파일 형태로 뉴스나 드라마 등의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라디오와 달리 방송시간에 맞춰 들을 필요가 없고, 휴대용 오디오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다운받아 들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 블로거들에 의해 소개된 후 2011년 ‘나는 꼼수다’를 계기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과거엔 정치를 풍자하는 대안언론으로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다면 지금은 정치·시사를 비롯해 연애·고민 상담에서부터 영어교육·영화·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두터운 팬을 형성하고 있다. 2012년 약 3500개에 달하던 국내 팟캐스트 방송 수는 2015년 기준 약 7000개까지 증가했다. 팟캐스트 청취자는 대략 2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팟캐스트 시장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팟캐스트 광고가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망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개인미디어를 만들어 냈고, 이는 잠재력을 가진 광고시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내 팟캐스트 청취자 4787명 가운데 68%가 팟캐스트 삽입광고를 즐긴다고 대답했다. 특히 이 가운데 78%는 즐겨듣는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된 회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텔레비전이나 지상파 라디오로 송출되는 광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6%인 것에 비하면 12배가 넘는다.

팟캐스트 흐름도

타깃층 마케팅 효과…실제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인기 팟캐스트에서는 심심찮게 광고를 들을 수 있다. 지상파 채널과 달리 규제가 없어 직접적인 홍보가 가능한데다가 정해진 포맷이 없고 형식도 자유로워 인기가 많다. 전문성우를 통해 녹음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품을 팔고자하는 사업자가 녹음한 음성이 쓰이기도 하고, 팟캐스터들이 직접 제품을 써보고 체험후기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팟캐스트에 광고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하고자하는 프로그램의 팬카페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직접 연락을 하는 방법과 팟캐스트 플랫폼을 이용해 광고를 대행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경우 무료광고도 있어 이를 잘 이용하면 비용 투자없이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인기 팟캐스트의 경우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제품의 품질이 보장돼야 한다. 유료 광고의 경우 광고방식에 따라 비용 차이가 있다. 가격대가 구독자나 다운로드 수, 카테고리 순위 등에 따라 회당 50~100만원, 30~50만원, 10~30만원이다. 팟캐스트 플랫폼을 이용하면 좀 더 전문적이고 세련된 광고가 가능하다. 이 경우 플랫폼에서 제품을 분석해 적합한 프로그램을 연결해주고 차후 분석보고서까지 제공한다. 플랫폼마다 제공하는 서비스와 비용에는 차이가 있으니 이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가격비교는 필수다.

팟캐스트 광고의 가장 큰 장점은 방송심의 규제가 없어 자유로운 광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방송심의 규제품목에 속하는 17도 이상의 주류와 조제 분유, 젖병 등의 제품은 방송할 수 없다. 그러나 팟캐스트의 경우 그러한 규제가 없다.

또 타깃층을 겨냥한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프로그램의 성향이나 주제에 따라 연령대나 성별 등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광고 계획이나 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육아출산 팟캐스트의 경우 대다수의 청취자가 임산부나 육아를 하는 부모이기 때문에 육아용품을 팔고자 하는 업체에는 좋은 타깃시장이다.

팟캐스트 광고 장단점 비교

광고비용 대비 그 효과도 높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공시한 지상파TV 광고의 경우 시청자가 가장 많은 주말저녁을 기준으로 15초간 송출되는데 그 비용이 1200만원에서 1500만원이다. 이는 인기있는 팟캐스트 광고의 약 15배에 달한다. 비용은 저렴하지만, 콘텐츠 변형이 자유롭고 인터넷 매체를 통해 해외에 있는 소비자도 접할 수 있어 광고효과가 높다.

아울러 청취자가 직접 골라 듣는 방송이기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팟캐스터들이 제품을 직접 써보고 추천하는 경우 브랜드나 제품 이미지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팟캐스트 광고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팟캐스트 채널 수는 7000개를 넘어섰다. 구독신청을 하면 자동으로 다운로드 되는 팟캐스트의 특성상 구독자들이 실제 얼마나 방송을 듣는지 집계하기가 어렵다. 즉 구독자가 실제 구매자로 이어지는지는 미지수다. 이에따라 잠재고객을 실제고객으로 유인할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또 인기방송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고, 광고비용이 높은 것도 단점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공시한 지상파 라디오 채널 광고비용은 사람들이 많이 듣는 출퇴근 시간을 기점(1회 20초 서울기준)으로 30~40만원 선이다. 인기 팟캐스트 광고와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따라서 광고를 하고자하는 기업은 효과와 목적에 맞는 광고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정확한 타깃팅 광고가 목적이라면 팟캐스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와 기업 노출이 목적이라면 출퇴근 시간 지상파 라디오 광고가 유리할 수도 있다.

이와함께 생방송이 아닌 미리 제작되는 사전제작형 팟캐스트의 경우 청취자가 광고를 듣지 않고 넘겨버릴 수도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팟캐스트 전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자몽(주) 김건우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스타트업 등 작은 규모의 사업체들이 최근 팟캐스트 광고를 집행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드라마틱한 매출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제조업 및 제품판매 부분에서 영향력이 큰 게 사실이며, 최근 들어 인기방송 위주로 광고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직접 콘텐츠를 골라서 듣는 비율(직접률)이 높아 입소문과 구매측면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에 팟캐스트를 이용하면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제품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는 스타트업과 영세기업들을 위한 전문방송도 있어, 이를 통해 회사나 제품을 소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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