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원산지관리를 전담하던 담당자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원산지관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담당자가 해당업무를 맡게 됐다. 원산지관리 업무를 처음 하게 된 담당자는 품목분류사전심사에 따라 완제의약품에 HS Code 제3003.90호를 적용해 수출을 했고, 원산지증명서는 수입자의 요청에 따라 제2934.99호로 작성해 발급했다. 수출국인 한국과 수입국인 미국의 HS Code가 달랐지만 별 생각없이 각각의 코드를 적용해 업무를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 미국관세국경보호청(CBP)으로부터 CBP Form 28(정보제공요청서)을 받게 됐다.

이 사례는 수출국과 수입국의 HS Code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맞추지 않아 원산지 사후검증을 받게 된 경우다. 이 경우 수입국의 세번에 따라 원산지를 증명하고 검증 대응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HS협약에 따라 체약국은 거래하는 상품에 대해서 하나의 HS Code를 부여해야 하며, 6단위까지 공통으로 적용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수입국과 수출국에서 품목을 보는 관점과 분류기준에 대한 해석이 달라 동일한 품목이어도 경우에 따라서는 HS Code가 다를 수 있다.

D사가 수출한 제품은 의약품의 원료로, 우리나라에서 제3003.90호로 분류되는 물질이다. 무기화합물과 유기화합물 및 기타 첨가제 등 40여개의 원재료로 구성됐으며, 중합·혼합·희석·건조 등의 화학반응을 거쳐 생산된다. 같은 물질이지만 미국에서는 제2934.99호로 분류된다. 원산지 결정기준은 4단위(호) 세번변경기준(CTH)이며, 한·미FTA 특혜관세가 적용되면 3.7%의 관세가 인하되는 품목이었다.

다시말해 원산지관리 업무의 기준이 되는 수출국 세번은 제3003.90호였지만 CBP Form 28, 미국수입신고서, 원산지증명서에 기재된 세번은 제2934.99호로 달랐던 것이다. 수출국의 세번으로 원산지증빙서류 등을 작성한 경우 원산지증명서와 수입신고서 등에 기재된 세번과 달라 미국 세관에서는 같은 물건인지 확인이 어려워 사후검증을 요청했던 것이다.

수출국과 수입국의 세번이 다를 경우 수입국 세번으로 소명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D기업은 수입국 세번을 중심으로 자재명세서(BOM), 제품설명서 등을 다시 작성했다. 또 FTA종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제품 사진, 원산지증명, 제품설명서, BOM, 제조공정도 등의 요청사항에 대해 준비해야 할 기초 서류와 관련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원산지충족여부를 설명하는 자료에 수출제품의 정보(품명, HS Code, 원산지 결정기준)를 설명하고, 수입국의 세번에 따라 원재료와 완제품의 4단위 세번이 변경돼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BOM에 기재된 제3504.00호와 제1515.90호 등의 원재료로 제2934.99호의 수출제품을 생산했으므로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해 한국산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 세번변경유무를 충족한다는 항목을 만들어 ‘Satisfied(충족)’라고 표기했다. 수출국 세번에 따른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해도 수입국 세번에 따른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FTA 특혜관세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국 세번에 따른 원산지결정기준 충족 여부를 다시 설명한 것이다.

D기업의 담당자는 소명자료를 작성해 수입자에게 전달했으며, 수입자는 최종검토 후 CBP에 제출했다. 미국의 세번에 따라 작성한 소명자료가 인정돼, 한·미FTA 협정세율이 적용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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