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있다 보면 종종 낯선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전화를 걸어온 곳은 기업교육 업체다. 성희롱예방교육 등 각종 산업안전교육이 의무화됐으니 꼭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화를 건 요점이다. 무료교육을 해준다며 사업장에 방문한 뒤, 교육과 함께 금융상품 판매 등의 영업을 곁들이는 것이 이런 업체의 공통점이다. 처음 전화를 걸어온 직원은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무료교육으로 영업활동은 일절 없다”더니 다른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묻자 “후원사인 금융사에 대한 브리핑도 일부 진행된다”고 털어놓는다.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가 힘을 모아 성희롱예방교육 빙자 금융상품 판매를 근절한다더니 아직도 뿌리가 뽑히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업체들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두루뭉술한 이름이다. 일반기업들은 ‘삼성’, ‘현대’처럼 고유명사를 붙여 다른 회사들과 구분 짓는다면, 이들은 기억에 남지는 않지만 신뢰감을 주는 명사들로 회사를 소개한다. 처음에 전화를 건 직원은 자사를 ‘한국산업안전교육원’이라고 소개했다. 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교육원’과 비슷한 이름이다. 특히 전화로 언뜻 업체명을 들으면 구분하기 불가능할 정도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 회사의 CI(Corporate Identity)는 고용노동부의 MI(Ministry Identity)를 쏙 빼다 닮았다. 이 쯤 되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영업하는 업체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정부 산하기관과 비슷한 이름을 짓고, 로고까지 베껴 쓰는 모양이다.

심지어 회사이름도 여러 개다. 등기부등본상의 법인명은 하나겠지만 어째 소개할 때마다 회사 이름이 다르다. 어떤 직원은 한국산업안전교육원이라고 하고, 또 다른 직원은 ‘기업지원교육센터’라고 소개한다. 이 업체 전화번호로 검색해보면 취업포털에 ‘한국기업의무교육센터’라는 상호가 뜬다. 회사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평생능력개발원’이라는 이름으로 직업능력개발훈련과정 인정을 받은 통지서가 올라와 있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성희롱예방교육 빙자 영업활동을 잡아내려 해도 “신고 되지 않은 영세업체들이 생겨났다가 금새 사라져 실태파악조차 어렵다”는 고용노동부 직원의 말이 틀리지 않은 듯 보인다.

이들 업체는 직원 교육체계가 잡히지 않은 10인 이하의 영세업체들을 주 영업타깃으로 삼는다. 결국 당하지 않으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 가장 첫 번째 할 일은 정확한 업체명을 확보하는 일이다. 업체명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서 홈페이지를 둘러본 뒤 고용노동부로 지정을 받은 교육기관인지, 직무교육을 빙자한 금융상품 판매 업체는 아닌지 살펴야 한다. 정확한 교육 내용을 문서나 유선상으로 전달 받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의 엄포에도 이런 영업행위가 근절되고 있지 않으니, 영세업체들 입장에서는 먼저 조심하는 수밖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