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5억원을 넘는 상장사 임직원 가운데 상위 5명의 보수를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사생활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은 “연봉은 개인정보로 사생활 비밀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상위 5인을 무조건 공개하는 경우 높은 성과를 내 많은 급여를 받은 직원들까지 공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요 국가에서 연봉공개 임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기준 의원은 “2014년 귀속소득을 기준으로 봤을 때 총 급여가 5억원을 초과하는 개인은 전체의 0.04%”라고 밝혔다. 바꿔말해 상장회사에서 5억원 이상 받으면서 동시에 연봉 상위 5위에 드는 직원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또 연봉공개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지금까지 연봉이 공개된 임원 가운데 범죄표적이 돼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오히려 일부 재벌 총수들의 배임 횡령 사기 등 범죄행위가 사회문제가 됐다.

지난 2014년 3월 개별임원 보수가 처음 공개됐지만, 재벌총수와 2~3세는 공개대상인 등기임원에서 사퇴해 보수공개를 아예 피해왔기 때문에 이를 막기위해 이번 개정안이 마련됐다. 이를 놓고 사생활 침해니, 표적범죄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을 뿐더러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미등기임원의 보수공개 문제의 경우,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대주주가 보수공개 등을 회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을 사퇴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보수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임원보수에 관한 공시를 강화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대주주들에게 임원 보수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전횡을 막고, 회사경영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함이 그 본질이다. 이를 호도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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