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유족이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의사와 병원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조정이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신해철법)이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2014년 3월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했으며, 그해 10월 가수 신해철씨가 의료사고로 사망하면서 ‘신해철법’이라 불려왔다.

이 법은 의료사고 피해자와 의사·병원간의 오랜 법정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 4월 도입됐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 따르면 병원과 의사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조정 절차에 들어갈 수 없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따라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기만 하면 피신청인의 동의에 관계없이 조정절차가 개시되는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대상은 ‘사망’이나 ‘중증상해’로 한정되며, 중증상해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는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당초 조정 개시대상은 의료사고 ‘모두’를 포함했지만, 병원협회 등 관련단체에서 무분별한 조정 개시는 진료와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반대해 사망과 중증상해로 제한됐다.

시민들은 의료사고의 피해구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의 방어진료를 확산시키는 등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이 통과하면 의사들 스스로 의료사고가 날만한 위험한 수술에는 소극적으로 진료하게 돼 오히려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료분쟁에 참여하는 의사와 병원의 의료공백은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신해철법’이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올해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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