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차량 내장형 무선인식 지불기능으로 고속도로 비용을 결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하이브리드카가 양산돼 도로 곳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카의 다음 세대라 할 수 있는 무탄소 전기차가 도로 위를 질주하는 것도 머지 않아 보인다.

친환경 녹색산업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전기차가 있다면 전기차 충전은 ‘실과 바늘’과 같은 존재다. 다음 세대의 비전을 내다보며, 전기차 충전기기를 만드는 이들을 만났다.

㈜클린일렉스 이효영 대표가 전기충전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과감한 R&D 추진…창업 1년만에 ‘연착륙’

설립된 지 1년2개월여 밖에 되지 않는 신생 벤처기업인 (주)클린일렉스는 전기차 충전시장에서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평가받고 있다. 설립초부터 양산했던 완속충전기가 국내시장에서 12%를 점유하는가 하면, 가정용·휴대용 충전기를 비롯해 중속·급속 충전기 라인업도 갖춰 올해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전기차 충전기기는 일반가정용의 완속충전과 고속도로용 급속충전으로 나뉜다. 이 회사가 주력제품으로 삼는 완속충전기의 경우 1시간에 7700W를 충전할 수 있으며, 4시간 가량 충전하면 140㎞를 주행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스탠드형 완속충전기 4종과 벽면 부착형 3종 등 7종의 모델을 개발해 한국전력 등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에는 이동형 충전기와 함께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콘센트형 충전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효영 대표는 “전기차 충전은 단순히 전력만 공급하는 게 아니다. 시간·속도·결제 등을 보여주는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구현되도록 해 전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한 전기충전기”라고 소개했다. 이 기술은 한전과 환경부의 운용시스템과 연동돼 있어 기술표준화도 충족시켰다.

㈜클린일렉스 부설 연구소 허석배 소장이 개발중인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신생기업이 이같은 성과를 거둔 데는 연구개발 투자에 과감했기 때문이다. 회사대표를 맡고 있는 이효영씨는 KT연구원에서 25년을 보낸 망 관리 전문가이며, 연구소장인 허석배씨는 LG전자연구원에서 27년간 전략파트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또 석사급 연구원 2명이 가세했다.

퇴직자 등 중장년 중심…기술노하우 접목 ‘시너지’

이 대표는 KT연구원 시절 마케팅·경영기획 등의 부서에서 근무할 당시 미래먹거리 사업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는 “국내 벤처산업이 다소 침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러던 중 정부의 전기차산업 활성화 방안 정책을 접하면서 창업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 내에 설치된 ㈜클린일렉스 전기충전기<사진=클린일렉스>

불과 몇 개월만에 특허 6건과 디자인 7건 등을 출원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창업맞춤형 사업화 지원과제’와 ‘산업기술진흥원 지원과제’ 등에 잇따라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관련 기업은 고속충전기 3곳, 완속충전기 5곳에 불과해 시장경쟁이 덜하다. 무엇보다 전기차의 위상이나 보급, 흐름이 예전과 달라 전기차 시장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의 테슬라를 필두로 시장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올 하반기께 아이오닉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충전소 220만대 등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통신망이 없으면 지금처럼 스마트폰 시대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충전소 설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친환경 녹색산업이라는 당위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전기차 파급효과가 큰 인프라 조성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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