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휘열이는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 싶습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장년층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홍보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광고 문구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청년 고용절벽’을 운운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국정 홍보 아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자 단체는 지난해부터 줄곧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아버지 세대의 임금을 삭감해야 아들 세대가 취업할 수 있다며 세대 간 갈등도 부추겼다. 

노동자 단체의 반대에도 결국 임금피크제 도입은 현실화됐다. 전경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25개 그룹 중 11개 그룹이 모든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올해 1월 기준 자료다. 공기업을 제외하면 재계 5위 안에 드는 삼성, 현대차, LG, 롯데는 모든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 도입한 SK, GS, 현대중공업, 한화, 신세계, 금호아시아나, 동부 등도 전 계열사로 늘려갈 방침이다. 

임금피크제 실시는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신규채용 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다. 지난달 24일 기획재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아낀 재원으로 공공기관에서 4400여 명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게 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올해 공공기관들에서 총 1만8500여 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인데, 이중 4400여 명이 임금피크제로 인한 채용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신규채용인원(1만7700명)과 비교하면 불과 800명이 늘었을 따름인데, 이 중 4400명이 임금피크제로 인한 추가 채용분이라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임금피크제의 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끼워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대기업에서는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들 조짐이다. 지난달 21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발표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상반기 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35.8%만이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같은 시기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55.4%였던 것이 20%p 가량 떨어진 것이다. 채용할 계획이 있다는 기업을 놓고 채용예정인원을 지난해와 비교하면 4.8%가 줄었다. 민간업체의 조사인데다 실제 취업인원이 아니라 예정인원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지표가 나빠지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임금피크제 도입 초기니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년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기업들이 장년층 임금을 다시 올려줄리 만무하다. 그때가 돼서 왜 청년일자리를 늘리지 않았냐고 질책한다면 정부와 대기업들은 세계경제 리스크니, 내수 회복 부진이니 다른 이유를 댈 것이 뻔하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우리 아들과 딸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정부의 약속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