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은 한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디스플레이, 모바일,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산업이다. 국내산업 전반을 지탱하는 뿌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개별업체들은 영세해 인력양성이나 기술개발은 열악한 실정이다. 

특허를 기준으로 본다면, 뿌리산업 기술력이 가장 강한 나라는 일본이다. 중소기업청이 발행한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 2016-2018’에서 최근 12년간 출원된 국내특허와 해외특허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6대(금형·주조·소성가공·용접·열처리·표면처리) 뿌리산업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금형분야 특허 가운데 48%는 일본에서 출원된 것이며 주조(46%), 소성가공(36%), 용접(39%), 열처리(38%), 표면처리(43%)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한국이 비교적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소성가공이다. 세계시장에서 소성가공 분야 특허 점유율은 31%로 일본(36%)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다른 뿌리산업 분야와 견주면 꽤 높다. 뿌리산업 중 특허 보유 점유율이 30%가 넘는 분야는 소성가공이 유일하다. 

국내 특허동향을 들여다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기술자립도는 특허 출원인의 내국인 비율로 평가한다. 내국인 비율이 높을수록 기술자립도가 높다는 의미다. 소성가공 분야의 내국인 특허비율은 81%로 뿌리산업 가운데 가장 높다. 

소성가공이란 재료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 성형하거나 성질을 개선하는 기술을 말한다. 소성가공 산업의 후방에는 소재산업, 금형산업, 열·표면처리산업이 있으며 전방에는 자동차, 전기전자·모바일, 산업기계, 스포츠·레저용품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에 따르면 소성가공 분야 국내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75억달러다. 품목별로 보면 압출·인발(29억달러), 판재성형(25억달러), 단조(21억달러) 분야에 고루 분포돼 있다. 로드맵은 소성가공 산업이 연평균 4.7%씩 성장해 2018년에는 9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시장보다 큰 것은 세계시장이다. 특히 판재성형 분야는 수출액이 국내시장 규모의 7.6배에 달한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판재성형 수출액은 2014년 기준 189억400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3조원에 달한다. 특수성형 분야 수출액은 20억4000만달러, 단조는 17억4000만달러, 압출·인발은 13억2000만달러였다. 

중소기업청에 접수된 R&D 과제 신청현황을 놓고 보면, 최근 중소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술분야는 판재성형이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접수된 소성가공 분야 R&D 과제는 총 338건이었는데, 이중 106건이 판재성형 관련 과제였다. 2차원의 평평한 금속판에 압력을 가해 3차원의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판재성형이라고 부른다. 

판재성형은 중소기업이 보유한 특허가 대기업보다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기술전략 로드맵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 출원된 판재성형 특허 가운데 36%는 중소기업이 출원한 특허였다. 31%는 개인 출원인이었고 대기업 출원분은 15%였다. 판재성형 출원인 국가는 한국이 86%로 기술자립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에서는 매우 얇고 정밀한 성형기술을 뜻하는 ‘극박판재 고정밀 프레스성형’과 판재성형 공정최적화, 환경 규제에 대응한 에너지 저감 판재성형을 주요 기술로 꼽았다. 최신 특허비율(극박판재 고정밀 프레스성형 전체 특허 중 최근 4년간 출원된 특허비율)이 55%에 이르는 극박판재 고정밀 프레스성형은 기술성장성 면에서, 특허피인용도(다른 특허가 인용한 빈도)와 중소기업 출원인 비율이 높은 에너지저감 판재성형기술은 기술수준과 중소기업 적합성 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