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의 들녘은 이미 춘삼월 봄이 무르익고 있다. 매화꽃이 흐드러진 산이반도와 땅끝마을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경들은 따사로운 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가는 곳마다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는 땅끝 해남으로 봄 여행을 나서보자.

이보다 넓은 꽃잔치는 없다! 보해매실농원

보해매실농원의 만개한 매화<사진=해남군청>

원래 매화꽃농원은 매실주를 담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되었다. 물론 대단위로 조성된 탓에 여느 매실농원처럼 자연스러운 맛은 적지만 하얀꽃, 연분홍꽃, 분홍꽃 등 화려한 꽃잔치가 사열하듯 펼쳐지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보통 매화는 3월초부터 피기 시작해 중순이면 만발한다. 12만평의 드넓은 대지 위에 나무들의 수령이 벌써 20년을 훌쩍 자라 꽃잎이 크고 풍성하다. 자연 색깔이 화려하고 꽃송이가 탐스럽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봄날 꽃터널을 이룬 매화밭에서 꽃눈이 흩날리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3월 중순께면 매화꽃이 만개해 상춘객들이 몰려들지만 매화밭이 워낙 넓어 북적대지는 않는다. 좁은 마을길 진입로만 차량들로 붐빌 뿐 매화밭에서 숨바꼭질하듯 사람들이 숨어있는 것처럼 한적하다. 보해매실농원은 특별한 절차없이 여유롭게 매화꽃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변에 식당이나 숙박시설 또한 없다. 가족 단위로 여행을 나설 경우에는 김밥이나 음료수를 간단하게 준비해, 소풍을 나선 듯 여유를 가지면 더없이 좋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조선시대 가옥 건축미의 완성본, 녹우당

녹우당<사진=상상출판>

고산 윤선도가 효종이 지어준 수원 집의 일부를 뜯어 해남집에 옮겨지었다는 녹우당. 녹우당에 들어서기 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은행나무다. 이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은행잎이 마치 비가 오듯 날린다 해서 ‘녹우당’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은행나무에 대한 동경을 잠시 접고 일단 녹우당 안을 들여다 보자. 녹우당은 오른쪽부터다. 이중으로 된 처마 중 안쪽을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 처마가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준다고 한다.

녹우당을 구석구석 눈에 넣었다면 담장을 끼고 뒤편 산책로를 걸어보자. 키가 무척 큰 소나무들이 휘영청 가지를 늘어뜨린 산책로를 걷는 기분은 봄날 느낄 수 있는 큰 행복 중 하나다.

산책을 마치고 마음의 여유를 느꼈다면 고산유물전시관에 들러 보자. 윤선도가 평소 보던 서책과 시집, 윤두서의 그 유명한 초상화는 반드시 봐야 한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녹우당은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봄날의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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