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총 341잔이다. 수치상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매일 커피 1잔 이상은 마시는 셈이다. 이처럼 ‘커피 마시는 일’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 많은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커피박’은 어디로 가는지 사실 관심이 없다.

㈜커피큐브 임병걸 대표   ©중기이코노미

커피박은 커피 제조시 커피 ‘bean’을 열탕해 커피액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이다. 우리나라에서 1년간 발생하는 커피박은 41만톤 정도다. 이들 대부분은 생활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으며, 이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일년에 105억원, 물론 세금으로 충당된다.

㈜커피큐브는 버려지는 커피박을 재활용할 수는 없을까하는 임병걸 대표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열정만 넘쳤던 대학시절 교육관련 창업을 해 일과 공부를 함께 하던 임 대표는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해 하던 일을 접고 한국후지제록스에 입사한다. 회사와 집을 오가던 어느 날 임 대표는 커피전문점 앞에서 커다란 포대에 담긴 커피찌꺼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한 커피전문점에서 저렇게 많은 양의 커피찌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커피찌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식품첨가물로 만든 안전한 커피점토 탄생

2007년 3월부터 커피박 재활용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그는 외국사례와 우리나라 현황 등을 살펴보며, 커피찌꺼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커피박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섰다.

커피점토로 만든 화분 작품들   ©중기이코노미

“당시 국내에서는 커피찌꺼기 재활용이 전무했습니다. 커피찌꺼기는 탈취효과가 훌륭하지만, 가루형태라 사용이 불편하고 모양도 예쁘지 않아 활용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커피찌꺼기로 모양을 예쁘게 만들면 탈취와 인테리어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주말과 밤이면 제약회사나 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했다. 커피박을 고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함이다.

“커피찌꺼기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기에 플라스틱 소재나 화학본드를 사용하는 쉬운 방법을 쓰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커피박에 식품첨가물인 식품응고제를 첨가해 커피점토분말을 생산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죠”

현재 커피큐브는 40여종의 식품첨가제와 커피박을 배합해 뭉쳐지게 만드는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4개국에 특허 출원을 했다.

세종시 지역자활센터에서 커피점토 작품을 만드는 모습<사진=㈜커피큐브>

커피찌꺼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보고자 시작했던 커피점토분말 개발은 2012년 서울시 사회적경제센터에서 주관하는 제1회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사업화로 이어졌다. 당시 언론에서 커피점토 이야기를 접한 세종시 지역자활센터의 센터장이 직접 사업을 제안했던 것이다. 전국에 250여개가 운영중인 지역자활센터는 차상위계층, 기초생계비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자활과 자립을 돕고 있다. 자활센터에서는 수공예품을 생산해 판매하기도 하는데 커피큐브의 커피점토를 세종자활센터에 공급하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투자자도 생겨 2013년 6월 커피큐브가 탄생됐다. 커피큐브는 현재 35개 지역자활센터에 커피점토분말을 판매하고, 센터에서 만든 공예품을 되사와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 35개 자활센터에만 커피점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자활센터에서 사업 신청을 해와 현재는 추가 신청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거래처가 많아지면 회사 입장에서 좋은 일이지만, 그로인해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품질이 떨어져 스스로 일어서고자하는 자활센터 회원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또 준비없이 규모만 키우기 보다는 자활센터와 함께 내실있게 커가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와함께 환경교육을 병행한 커피점토 작품 만들기는 학교 방과 후 수업이나 개인공방 등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만 2만명 넘는 학생들에게 커피점토 방과 후 수업을 진행했다.

커피점토 분말과 성형틀이 들어있어 물만 부으면 쉽게 커피점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커피점토 키트<사진=㈜커피큐브>

커피전문점에 무료 제공…해외진출 시작

커피큐브는 이밖에도 커피전문점에 인테리어용으로 커피큐브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판매가 되면 그 수익을 커피전문점과 함께 나누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에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커피점토 판매를 시작했다. 말레이시아에도 사업을 제안하고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커피큐브에서 일년에 사용하는 커피박의 양은 21톤 정도 됩니다. 이것은 전체 커피박 쓰레기 발생량에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지만, 조금씩 재사용량을 늘려 전 세계 커피박을 100% 재활용하는 날이 오기를 꿈꿉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커피원두를 100% 수입하는 수입국이지만, 커피찌꺼기를 상품화해 되파는 ‘수출국’이 되겠다는 것이 커피큐브의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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