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에 이케아(IKEA)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가구 기업인 이케아의 광명시 입점과 관련 홍승표 광명시 가구협회 부회장은 광명시 가구인들의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이케아가 광명에 입점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해 상생하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케아의 광명 입점에 대해 의견을 밝힌 홍승표 광명시 가구협회 부회장   ©중기이코노미

2011년 12월 스웨덴 가구기업인 이케아는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전세계 34개국 34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케아는 지난해 6월 경기도로부터 건축 승인을 받았다. 이어 8월에는 광명시의 승인을 받고 광명시 일직동 일대에 2만5759m² 규모의 매장을 건설해 올해 말 문을 연다. 이케아는 이미 지난 해 말 경기도 고양시 원흥지구에 5만1000여m²의 부지를 매입, 2호점 개장도 준비중이며 서울 강동구 고덕 복합단지에는 대지 1만3000㎡ 규모의 단독매장을 설립키로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한국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람이 없어 한가한 광명 가구문화의 거리 전경   ©중기이코노미

문제는 주변의 가구상인들이다. 이케아 광명점과 불과 10여km가 떨어진 곳에는 광명 가구 문화의 거리가 위치해 있다. 광명사거리에서 개봉교에 이르는 400m 구간에는 약 20여년 전부터 가구상인들이 모여들었다. 1999년 광명시가 이 일대를 가구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고, 2000년 2월 광명사거리역이 개통되면서 광명 가구의 거리는 큰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인터넷 쇼핑이 늘어나고, 규모가 제법 있는 가구 브랜드들이 점차 대형화되면서 한때 100여개의 업체가 밀집해 있었던 가구 거리는 현재 33개의 업체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가구 공룡기업인 이케아가 입점하게 되면 그나마 버티고 있던 업체마저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승표 부회장은 자신이 광명 가구거리에 터를 잡은 91년과 비교했을 때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면서 앞으로 이케아가 광명에서 문을 열면 손님들의 발길이 아예 끊길지도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 발길이 줄어들어 수입은 줄었지만, 임대료 등은 계속 나가야 해서 직원을 두지 못하고 있는 일이 허다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속속 가구거리를 떠나고 있다는 현실을 전했다.

“이케아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가구 공룡입니다. 가구 디자인의 다양성, 홍보 물량 등 이케아 마케팅 전략앞에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견디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가구업계를 떠나고, 결국 우리나라 가구업계는 큰 몇 개 업체만 살아 남을지도 모릅니다”

이케아는 광명시 가구상인들과의 상생방안으로 ▲지하 1층 주차장에 330m², 지하 3층 주차장에 400m² 가량의 홍보관 무료 제공 ▲역세권 개발지구 내 가구단지 조성 시 적극 협조 ▲이케아 판매 제품에 광명 지역 가구업체 납품·조달 등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홍 부회장과 광명시 가구인들은 이케아측이 전혀 상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가구는 다른 산업군의 제품보다 부피가 큰데 이케아가 제시한 공간은 너무 작으며, 작은 공간을 둘로 나누었으니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1600m²의 통으로 된 공간을 이케아 매장 내에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홍보관을 둬야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고 그나마 이케아와 경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이케아는 염가의 DIY가구를 판매하지만 국내 가구들은 대부분 완제품을 생산한다면서 이케아 판매 제품에 광명 지역 가구업체가 납품하고 조달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케아가 입점할 예정인 광명시 일직동 일대 공사 현장   ©중기이코노미

이들은 광명시를 통해 이케아에게 의사를 전달했지만, 그것이 수용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이케아가 1호점 개장 후 고양시에 2호점, 서울 강동구에 3호점을 개장하며 세력을 확장해 가면 결국 대한민국 가구시장 전체를 흔들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어디든 제2, 제3의 광명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우리나라 가구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 부회장은 “이케아가 입점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함께 잘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다른 곳 보다 광명이 먼저 시작하는 만큼 상생하는 선례를 잘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디자인의 가구를 제작하고, 철저히 A/S를 하는 등 이케아와 차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9일 ‘경기도 가구산업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2018년까지 가구산업종합센터를 건립하고, 권역별 물류센터와 공동전시판매장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구산업 지원과 인력 양성, 마케팅, 디자인 보급 등을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소규모의 가구상인들이 힘을 모아 거대 가구 업체에 대항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경기도가 우리나라 가구제조업 생산의 70%, 사업체 수의 42%, 종사자 수의 47%가 밀집돼 있는 가구 산업의 중심지지만 10인 미만의 영세한 사업체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이케아에 경쟁하기는 어려웠다”며 “이번 발전 계획을 통해 가구산업을 더욱 육성하고 도내 가구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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