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백화점이 합당한 기준 없이 입점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매장의 위치를 옮길 수 없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과 입점업체 간 특약매입계약서, 임대차계약서, 직매입계약서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불공정 약관조항 35개를 적발해 시정조치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신세계, AK 등 6개 백화점은 자의적으로 입점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던 조항을 바꿨다. 지금까지는 ▲입점업체 직원이 백화점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을 당하거나 ▲백화점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기존 조항은 구체적이고 타당한 기준 없이 백화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입점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 입점업체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시정 사유를 밝혔다.

고쳐진 약관에 따르면 입점업체 직원이 백화점 고객으로부터 ‘정당한 사유’로 컴플레인을 ‘3회 이상’ 당하고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입점업체가 회생·파산을 신청하는 등 계약 이행이 어렵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경우에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백화점이 자의적으로 매장 위치를 변경하기도 어려워진다. 지금까지는 ‘건물의 관리·운영상 부득이한 경우’ 백화점이 입점업체의 매장위치나 면적, 시설을 변경할 수 있다. 이는 대규모유통업법 17조 8항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조항에 따르면 백화점 등 대규모유통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의 매장 위치와 면적, 시설을 변경할 수 없다. 공정위는 “입점업체는 계약 당시 협의된 매장 위치와 시설에 대한 기대이익을 가지는데, 지금까지는 백화점이 자의적으로 매장 위치를 변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백화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파견종업원의 교체를 요구하거나 상품 입고를 거절할 수 있게 한 약관에 대해서도 시정조치를 내렸다.

한편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는 백화점 사업자는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이랜드리테일(NC·동아), 대구, 세이, 현대아이파크, 그랜드, 태평, M, 대동 등 총 13개다. 연간 소매업종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점포를 소매업에 사용하는 경우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는다.

공정위는 “조사 대상인 13개 사업자는 약관 심사 과정에서 해당 약관을 모두 스스로 고쳤으며, 공정위가 제정한 표준거래계약서에도 관련 내용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블랙프라이데이, 납품업체 단가만 내렸다”
• 관련기사 ㅣ 대형백화점 재고부담 떠넘기는 특약매입 86%
• 관련기사 ㅣ 유통업법 과징금 산정기준 ‘법 위반금액’ 반영
• 관련기사 ㅣ 동반성장 최우수 기업 4곳 불공정행위로 적발
• 관련기사 ㅣ 중소업체 외면한 롯데百, 동반성장 모범?
• 관련기사 ㅣ 갑질 횡포 TV홈쇼핑 6곳 144억원 과징금
• 관련기사 ㅣ 대규모유통 납품대금 기한, 40→30일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