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당별 총선 공약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4일 오후에는 양대 노총의 주최로 정책비교 토론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여야 모두 일제히 ‘대기업 성과공유제’를 공약으로 거론했다.

◇새누리당 “대기업 발주 받은 中企에 사전제작비 지급”=새누리당은 현재의 성과공유제가 대기업과 1차 협력사에 머물고 있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며 2·3차 협력사까지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차 협력사보다 영세한 2·3차 협력사와도 성과공유제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5년 말 기준 221개인 성과공유제 도입기업 수를 2020년에는 5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대기업으로부터 발주를 받아도 납품 전에는 제작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실정을 반영, ‘발주계약 기반 자금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대기업, 중소기업, 보증기관, 은행이 동참하는 제도다.

대기업이 납품업체인 중소기업과 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증기관은 대기업 발주서를 근거로 중소기업에 보증서를 발급한다. 은행은 보증서를 담보로 중소기업에 제품 제작비를 대출해 준다. 대기업은 납품대금 결제 시점이 되면 중소기업이 빌린 은행 대출금을 먼저 상환한 뒤 나머지 금액을 협력사에 지급한다.

새누리당은 “발주계약 기반 자금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는 대기업은 동반성장 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해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더민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성과공유제’ 제안=더불어민주당(더민주)도 성과공유제를 확산하겠다는 큰 틀은 같이 하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간 임금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했다.

더민주는 “성과공유제 도입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성과공유제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 출연분에 대해 7%를 세액공제해주고 있는데, 이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정책을 총괄하는 단체로 대통령 직속 ‘불평등 해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도 했다. 재벌중심의 성장체제를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과 더불어 성장하는 체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IMF 외환위기 이후 재벌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간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2002년에는 상시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262만원, 중소기업이 177만원이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비율은 67.6%였다. 그러나 2014년에는 대기업이 482만원, 중소기업이 300만원으로 이 비율이 62.2%로 떨어지며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국민의당 “중기 고유업종제 부활”=더불어민주당에서 분리된 국민의당도 중소기업을 위한 공약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박주현 최고위원은 “창당한지 한 달 남짓 지난 정당이라서 정책 총괄에 관해서는 미흡하며 주요 정책 위주로 발표된 상태”라고 전제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공약으로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지난 2006년에 폐지된 고유업종제도는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전신이다. 당시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을 법제화했으나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불거지자 폐지했고, 현재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 아래 자율적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실시 중이다. 이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것이 국민의당의 구상이다. 

이밖에도 국민의당은 ▲중소기업에 대한 고용장려금 증액 ▲국가 R&D 사업 투자비 중 중소기업 비중 2배 확대 ▲중소기업과 연계된 산업대학 확대 ▲정부출연기관의 정부지원 연구프로젝트를 중소기업 관련 연구에 집중 ▲중소기업에 대한 회계·경영·법률 등 서비스 지원센터 설치 ▲중소기업 해외진출과 판로지원 강화 ▲대형유통업체 입점 영향평가제 도입 ▲전통시장 편의시설 지원 확대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정의당 “성과공유제로 부족…초과이익 공유해야”=정의당은 현재의 성과공유제에서 한발 더 나아간 ‘초과이익 공유제’를 약속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경우 성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실효성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협력사가 1·2·3차로 갈수록 근로자들의 임금수준도 낮아진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2013년 자료를 제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자·IT업종 대기업의 평균임금은 493만원이었고 1차 협력사는 263만원, 2차 협력사는 253만원, 3차 협력사는 172만원이었다. 정의당은 “대기업이 누리고 있는 초과이익은 불공정거래에서 연유했거나, 비용절감을 위한 협력사의 공동노력이 반영된 결과이므로 성과를 나누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사가 초과이익에 대한 분배규칙을 사전에 합의한 뒤 약속된 규칙에 따라 이익을 공유하자는 내용이다.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액 중 일부는 협력사 근로자의 임금 인상에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정의당은 ▲대기업의 부당한 원가산정 요구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 ▲재벌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근절 ▲기술설명회 등을 빙자한 기술 편취 행위 방지 ▲대기업의 공공입찰 시 협력사 임금 및 근로조건 향상 입증 ▲대기업 고위 임원에 대한 임금상한제(최저임금의 30배) 실시 ▲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강화 ▲중소기업에 대한 공공 R&D투자 등의 정책을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