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연일 화제다. 기보만 놓고 보면 알파고는 똑똑한 인간쯤으로 보인다. 창의적이고 전략적이며, 엄청난 계산력이 인간지능을 능가한다. 가히 ‘혁명적’이다. 올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계화였다면,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활용한 노동분업과 대량생산이다. 3차 산업혁명은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자동화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단계인데 AI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다. 어쩌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다보스포럼에서도 강조했듯,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소득의 증가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찮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우려되는 노동시장의 붕괴,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 등이다. 앞으로 노동시장은 고기술·고임금과 저기술·저임금간 격차가 커질 뿐만 아니라 일자리 양분으로 중산층의 지위마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다보스포럼은 지적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을 보면, 알파고가 몰고 올 4차 산업혁명의 부정적인 면들만 가득해 보인다. 그 불평등의 중심에는 임금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평균연봉은 3172만원으로 월평균 264만원이지만, 실제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연봉은 1332만원·월평균 110만원에 그친다는 납세자연맹의 분석도 있다. 중위소득은 월평균 190만원으로 평균 월소득보다 낮았다. 빈부격차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꼴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 양극화 문제는 이미 우리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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