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이 ‘후진적인’ 국내기업 문화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일하는 문화의 혁신은 기술혁신 만큼이나 중요하다”며 “근본 해결책을 찾아 개선할 수 있도록 경제단체가 나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전에도 반기업 정서를 얘기하며 기업문화 개선을 촉구한 박 회장의 이번 제안이 나온 것은 국내기업들의 구시대적 조직문화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한상의와 맥킨지가 최근 국내기업 100곳과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꼽았다. 문제는 그렇게 야근을 해도 생산성은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해 본 결과, 상습적으로 야근을 한 직원은 하루 평균 11시간30분을 근무했지만 생산성은 45%에 그쳤다. 9시간50분 일한 다른 직원의 그것(57%)보다 낮았다. 또 하나는 유리천장에 갇힌 여성인력이다. 여전히 여성이 평가나 승진 등에서 불리하다고 보고 있으며, 편견도 많았다. 편견 가운데 하나는 야근이었다.

그동안 관행처럼 돼버린 야근이나 불필요한 회의 등을 없애고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단체에서 나온 것은 긍정적이다. 그저 재벌가의 대변창구 역할에만 급급해 왔던 그동안의 경제단체 행태에 비하면 고무적이다. 하지만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님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조직문화를 바꿔 보자며 캠페인성 이벤트에 그쳤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띠 두르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다고 바뀔 사안이 결코 아니다. 기업문화가 경영자의 언행과 가치에 주로 영양을 받기 때문에 CEO의 변화 없이는 개선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박용만 회장의 기업문화 개선 발언이 긍정적이면서, 한편으로 지난해 분 바른 여학생말고 남학생을 뽑으라고 보도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박용성 전 회장과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 ‘사람이 미래’라는 두산그룹 회장직을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CEO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기업문화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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