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시간인데도 ‘행복한백화점’은 한산했다. 위치한 서울 목동지역이 교육열이 높은 동네이다 보니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학기초라서 구매력이 많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유통업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라고는 하지만, 인근에 있는 현대백화점과 비교해도 방문자 수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행복한백화점은 지하철 역에서 내려 현대백화점을 지나야 나타난다. 역에서 행복한백화점까지 가는 길에는 이정표나 홍보 피켓 등도 없어 행복한백화점이 그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서울 목동에 있는 행복한백화점   ©중기이코노미

행복한백화점은 중소기업 제품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백화점이다. 지하 1층에는 농협하나로 클럽과 캐주얼 브랜드들이 입점했고, 1~3층까지는 남녀의류와 패션잡화 매장이 있다. 4층은 신기술·신디자인 창업기업들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정책매장 ‘아임쇼핑’이 있고, 5층에서 8층까지는 식당과 영화관 등이 있다.

행복한백화점에는 150여개 중소기업이 입점해 있다. 이와 별개로 정책매장 아임쇼핑에는 2315개 업체의 제품들을 품목별로 분류해 전시·판매하고 있다. 행복한백화점은 판로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에 유용한 유통 채널인 셈이다.

실제 아임쇼핑에서 건강기구를 판매하는 A업체는 제품을 팔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중 중기유통센터를 통해 행복한백화점과 하나로마트에도 입점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행복한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50대 주부 B씨는 “지하에 있는 농협하나로클럽에서 장을 보고 주방용품을 사기위해 4층에 올라왔다”며 “주로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종종 방문하는데 필요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백화점 4층에는 중소기업 정책매장 ‘아임쇼핑’이 있다. 어느때 가도 한산하다.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중소기업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곳이 행복한백화점이지만, 소비자들이 이곳을 찾게끔 할 수 있는 유인책이 없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이곳 입점업체들의 고민이다.

행복한백화점에 입점한지 1년이 안됐다는 C업체는 “가능하면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한다. 본사에서 한달 매출목표를 2500만원으로 정해 요구하고 있지만, 요즘은 한달 매출이 1000만원 겨우 나온다고 했다. 수수료와 운영비 등 이것저것 빼고나면 한달에 200만원도 안남는다는 것이다. C업체 관계자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야 전시된 제품을 구경이라도 하다가 구매할 텐데, 찾는 사람이 아예 적다보니 매출을 올리기가 어렵다”며 입점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매장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던 D업체 대표는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그만두게 하고 직접 판매에 나섰다. 운영비라도 줄여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는 “이곳도 백화점이라 근무시간동안 자리에 앉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저녁 8시까지 일하고 한달에 하루도 쉬지 못하는 때가 많아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장사가 잘되면 힘든 줄 모르겠지만 판매는 신통치 않다고 했다.

얼핏 봐도 인근에 있는 현대백화점(왼쪽)과 행복한백화점(오른쪽)의 방문객 수는 차이가 나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의류를 판매하는 E업체는 “늘 오는 사람만 행복한백화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주변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주로 찾아 단골층이 확실하지만, 행복한백화점은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 물건을 사면 무조건 깎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곤란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주요 방문객 층도 40~50대가 주를 이루고 있어, E업체의 타깃층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주말에는 그나마 방문객이 좀 있지만, 평일에는 손님 수보다 판매자 수가 더 많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반응 역시 시큰둥하다. 인근 현대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행인에게 행복한백화점 대신 현대백화점을 찾은 이유를 묻자, 행복한백화점에 한번 가본 적은 있지만 상품 구성이나 브랜드 등이 한정적이어서 딱히 사고 싶은 물건이 없다고 했다.

또 인근 이대목동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F씨는 “행복한백화점은 영화관 갈 때 말고는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복한백화점은 백화점이라기 보다는 잘 정리된 시장같은 느낌이 들고, 쇼핑할 때는 근처의 현대백화점을 찾는다는 것이다.

중기유통센터에서는 시즌에 맞춰 문자발송과 전단 등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지만, 입점업체들은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와관련 중소기업유통센터 이종원 홍보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행복한백화점은 대기업 제품·수입품을 취급하지 않고 중소기업 제품만을 취급하다보니 주변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할인점 등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중저가의 중소기업 제품만 가지고 운영하다보니 고객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백화점에 비해 매출은 낮지만 이곳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해온 상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낮은 수수료 등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한정된 예산 때문에 SNS, 문자안내, 전단지 등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권분석이 잘못돼 입지 자체가 적합하지 않고, 행복한백화점의 특징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박주영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행복한백화점의 운영은 좋은 취지”라며 “하지만 현재 행복한백화점 주변은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고급상권이라 입지 자체가 적합지 않아 입점업체들이 고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상권분석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 수요가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행복한백화점 수를 늘리되, 백화점 내의 상품구성도 고객흥미를 끌 수 있도록 특징있게 재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따라서 한산한 행복한백화점 상권을 살리기 위해 운영기관인 중기유통센터가 나서 상권분석을 다시 해 집객률을 높일 수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상품구성 역시 기존의 백화점과 차별화해 재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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