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 벤처기업협회장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 프로젝트에 대해 부러움을 표시하며 “궁극적으로는 한국도 민간 차원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알파고와 인공지능 관련 질문을 받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벤처기업협회장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부러웠던 건 그런(인공지능 개발) 일들이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민간 생태계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세돌 구단과 바둑 대결을 벌여 4승1패를 거둔 ‘알파고’는 영국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했다. 딥마인드는 2010년에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이를 눈여겨 본 구글이 2014년에 인수했다.

정 회장은 “아직 한국 민간 생태계에서는 그 정도의 규모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번 알파고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도 이런 일들이 생길 거라 본다”면서 “정부와 민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도 (정부가 아닌) 민간 생태계 차원에서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자 정부도 즉각 ‘한국형 알파고’ 개발 대응책을 내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인공지능연구에 약 140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대기업 6곳을 모아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민간기업 6곳이 각각 30억원씩 출자하고 미래부가 300억원을 연구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중소·벤처기업들도 많은데 정부가 대기업에 R&D 자금을 몰아준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준 벤처협회장은 “아쉬운 점이다. 국가 R&D는 대기업보다 중소·벤처로 옮겨가는 것이 맞다”면서 “대기업을 지원해선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사업을 제외하면 중소·벤처를 지원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미래부 등 정부부처에서도 이같은 방향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지금까지 해오던 시스템이 있어 변화가 빨리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면서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준 벤처협회장과 취재진의 1문1답 내용이다.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관련 교수, 벤처인들과 이 문제를 논의해왔다. 지금처럼 한시법이 아니라 일반법으로 만들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총론으로 말하자면 개정 법안은 단순히 벤처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벤처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잡고 있다. 

벤처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뿐 아니라 벤처기업들이 창업, 성장, 회수까지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벤처협회에서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벤처기업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창업기업의 숫자만 센다. 물론 창업기업의 수도 중요하지만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매출액 1000억 기업에 대한 자료도 중요하다고 본다.

해외진출이다. 해외진출이 활발해진다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고, 일자리도 늘어날 거다. 다만 벤처협회에서 글로벌 사업을 한다고 바로 되는 일은 아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라 본다.

중국은 워낙 중요한 나라라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협회 차원에서 주력 국가를 정해놓는 건 아니다. 기업에 따라 신흥시장이 중요할 수도, 선진시장이 중요할 수도 있다. 기업별 수요에 맞게 지원할 계획이다.

협회사는 업종도, 규모도 정말 다양하다. 이것이 장점인 동시에 사업 추진에 있어 애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업종이나 규모가 비슷한 기업들끼리 모여 소그룹을 운영 중이다. 소규모 기업들이 모인 ICT 벤처포럼, 최근 결성된 핀테크포럼, 다소 큰 기업들이 모인 글로벌포럼, 로봇포럼 등 다양하다. 유사한 기업들끼리의 소모임이 진행되고 있어 이같은 어려움을 보완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협회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