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을 놓고 경제계가 청년실업 해소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고용불안이 일어나고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는 꼴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인력난이 심각한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면 청년일자리가 생긴다는 경제계 논리에, 3D(Dangerous, Dirty, Difficult) 업종으로 지금도 회피하는데 파견을 허용한다해서 일자리가 늘어날리 만무하고 오히려 고용의 질이 악화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21일 개최한 ‘경제활성화 입법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 토론회’<사진=중소기업중앙회>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파견근로자 수는 전체 임금근로자 1931만명 중 1.1%(21만명)다. 3D업종으로 기피하고 있는 뿌리산업의 경우, 사업체 수가 2008년 2만2828곳에서 2014년 2만7141곳으로 늘었지만 기능·노무인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제조업을 포함해 모든 업종을 파견대상업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논리다.

고용노동부 임승순 고용차별개선과장도 “파견허용업무를 확대할 경우 9만~19만명의 신규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뿌리산업의 경우 최대 1만3000명의 인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오민규 전략조직사업실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뿌리산업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합법화하게 되면 오히려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괜찮은’ 일자리가 더욱 축소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파견법의 가장 큰 맹점은 원청 대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돼있어 근로조건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오 실장은 “파견은 간접고용인데, 파견업체는 옛날로 따지면 ‘마름’과 같은 존재”라며 “파견확대가 목표하는 것은 기업과 파견업체 등 중간착취자의 이익 도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파견법 개정안(이인제 의원 대표발의)의 주요 내용

<자료=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규 일자리 생겨 vs 비정규직만 늘어=금속공업협동조합 이의현 이사장은 “1990년대 장기 저성장을 경험한 일본은 2003년 제조업에 파견을 허용한 결과, 2014년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의 4.5%인 126만명이 새 일자리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파견 남용 문제는 파견근로의 질을 높이고 파견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해 해결할 문제이지, 파견근로 자체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소속 김형동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파견범위가 확대되면 기존의 정규직 근로자도 파견근로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규직의 경우 파견근로로 전환되지 않기 위해, 파견근로자의 경우 해고되지 않기 위해,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근무할 수 밖에 없어 노동조건이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또 “파견허용 확대는 세계적 추세가 아니라 일본과 독일에서 이뤄진 경우일 뿐”이라며 “일본의 경우 제조업 파견허용이 확대되면서 비정규직 비율이 현재 40%를 넘는 등 되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57%가 제조·생산 인력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뿌리산업 파견 확대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웃돈다(56%)”며 “파견규제 완화는 산업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그러면서도 “파견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청년 파견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경우 고용촉진장려금을 지급하거나, 고령자일 경우 고용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등 구인기업이나 구직자에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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