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진 성장의 사다리에서 중견기업은 외견상 한국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국내 중견기업의 비중은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기업 수 분포 현황

단위: % <자료=중견기업연구원>

◇대·중견·중소기업간 양극화 심각=21일 중견기업연구원의 ‘중소·중견·대기업 성장생태계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250명 이상 기업의 비중은 0.08%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23%에도 못미친다. 또 10인 미만 기업 비중은 우리나라가 93.1%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중견기업 이상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한 반면 영세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균형 경제구조’를 띠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대·중견·중소기업간 경제력 규모를 살펴보면, 양극화가 심각하다. 국내 대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0.05%에 불과하지만 2013년 기준 전체 수출의 67%, 매출의 40.2%, 고용의 13.5%를 각각 차지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수출의 17.1%, 매출의 45%, 고용의 76.8%를 점했다. 중견기업은 수출의 15.7%, 매출의 14.8%, 고용의 9.7%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 수는 2013년 기준 3846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기업 수의 0.12%에 해당한다. 중견기업 고용 인력은 116만명이며, 수출액은 889억달러, 매출액은 629조원이다. 또 중견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8조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법인세의 24%이며, 중소기업 전체 법인세 납부액 6조9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 가량 많다.

중견기업의 수, 고용인력, 수출액, 매출액 현황

<자료=중견기업연구원>

◇다시 돌아가려는 ‘피터팬 증후군’ = 중견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성 등은 대·중소기업보다 훨씬 나았다. 중견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기준 5.8%로 중소기업의 5.6%, 대기업의 0.3%보다 높았다. 중견기업의 부채비율은 120.2%로 중소기업의 168.3%, 대기업의 133.5%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기업의 시장경쟁력을 나타내는 수익률은 이와 반대다. 원사업자 대기업의 영업이익에 대한 추정계수값이 0.89일 때 1차 수급자는 0.27, 2차 수급자는 0.22, 3차 이상 수급자는 0.15에 불과했다. 원청 대기업과 1~3차 수급기업간 배분이익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는 중소기업과 비교됐다. 출원연구소 등을 포함한 2014년 국가 전체의 R&D 투자 중 대기업은 3.9%, 중소기업은 13.7%, 중견기업은 3.1%에 그쳤다.

무엇보다 중견기업이 되면 혜택은 줄고 규제만 많아지는 탓에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근로자 수를 줄이거나 지분율을 변동하는 수법으로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유턴’한 기업이 2013년 기준 76곳이었다.

김승일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정부의 정책은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하도급거래나 동반성장 정책에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간주되는 등 규제와 부담만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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