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차이나머니’(China money) 공습에 떨고 있다. 차이나머니가 돈벌이가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싹쓸이하고 있는데, 싹쓸이 대상은 명품이 아니라 바로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일본·유럽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의 가전업체는 중국 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중국의 대표적 가전기업인 메이디그룹이 최근 도시바의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사업을 인수(M&A)했다. 메이디의 지난해 세계 백색가전시장 점유율은 4.6%로 2위다. 아직 인수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메이디는 도시바 인수를 통해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중국기업의 M&A는 거칠게 없다. 지난달 중국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도 스위스 종자업체 신젠타를 중국기업의 해외M&A 사상 최대 규모인 430억달러에 인수해 화제가 됐으며, 중국 최대 부호 왕젠린이 이끄는 다롄완다그룹이 올 1월에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레전더리픽처스를 인수했다. 하이얼도 올초 미국 GE의 가전사업부를 54억달러(한화 6조4800억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하이얼은 미국 시장내 2위 가전기기업체로 올라섰다. 중국 안방보험은 스타우드호텔을 사들이기 위해 130억달러를 베팅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14년 뉴욕의 상징인 월도프아스토리아를 매입해 전세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우리에게도 익숙한 안방보험은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바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웹젠·소리바다·넥스트아이·한국콜마·처음앤씨·디지털옵틱·덱스터 등을 대상으로 중국 자본이 지분 투자에 나섰다.

올들어 단 3개월 동안 차이나머니가 해외기업을 사들인 M&A자금 규모는 무려 1020억달러(122조원)에 달한다. 차이나머니가 지난 한해 동안 M&A에 쓴 1060억달러에 맞먹는 액수다. 전 세계 M&A시장 규모가 3300억달러로 예측됐는데, 이미 차이나머니가 그중 1/3을 석권한 셈이다.

세계 언론은 이같은 차이나머니에 대해 비판적이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드는 중국의 해외기업 M&A 자금줄이 베이징 권력자들의 뒷돈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부패단속을 강화하자, 검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해외기업을 사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혹은 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기업을 사들이게 됐다는 분석이 있다. 버블붕괴의 징조라는 역사적 시각도 있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기 직전 미국 자본이 독일기업을 무더기로 사들였으며, 1980년대 후반 일본 자본은 해외기업과 부동산을 사들인 이후 불황을 맞게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경제의 활황이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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