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도 특허침해소송에서 제공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특허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특허법 개정안이 오는 6월30일부터 시행된다고 24일 밝혔다. 특허침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한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다른 기업이 특허권을 침해해도 손해배상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특허소송에서는 특허침해자의 생산 매뉴얼, 매출장부 등이 핵심인데 침해기업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면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허침해와 손해액 입증에 반드시 필요한 증거라면 침해기업의 영업비밀 자료도 제출을 강제할 수 있다.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은 판사, 변호인 등으로 제한된다.

또 침해기업이 자료 제출명령에 불복하면 재판부는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침해기업이 매출이익이 기재된 장부를 제출하지 않으면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금액 그대로를 인정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한다는 것이다.

손해액 산정과 관련해 법원이 감정을 명하면 자료 제출자는 감정인에게 자료의 내용을 설명해야 할 의무도 생겼다. 회계장부의 경우 작성자만의 표기나 암호가 있어, 별도의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특허청의 설명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특허청은 특허침해 손해배상액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특허침해소송 손해배상액 중앙값은 5900만원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 특허소송 손해배상액은 한국의 80배가 넘는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의 손해배상액 중앙값이 49억원이었다.

특허청 박성준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그동안은 특허침해 입증이 어렵고 손해배상액이 적어 중소기업이 기술을 탈취당해도 실질적인 보상이 어려웠다. 이는 기술거래보다는 기술탈취를 시도하게 하는 유인이 되기도 했다”면서 “법 개정보다 적용이 더 중요하므로 법원에서 법의 취지를 살려 적극적으로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