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치짜리 휴대전화 화면을 60인치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기가 있다. 국내 중소기업 ㈜EFIC의 빔프로젝터다. 제품을 개발·유통하는 EFIC은 이제 막 1년을 넘긴 신생기업이지만 벌써 세계 10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름은 ‘미니레이(MiNi ray)’.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휴대용 빔프로젝터다. 

EFIC 권대현 대표는 늘 호주머니에 미니레이를 넣어두고 다닌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소개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과 미니레이 사이에 케이블만 연결하면 커다란 화면이 벽에 나타난다. 스마트폰을 TV처럼 큰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셈이다. 무소음도 장점이다. 전자기기 소음은 과열을 막기 위해 팬을 돌리면서 나는 소리인데, 미니레이는 팬없이도 자체적으로 열을 방출할 수 있게 설계됐다. 

서울 성수동 EFIC 사무실에서 만난 권 대표는 “미니레이는 작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실내든 야외든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며 품질 면에서도 대기업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기기 제조는 광학전문기업인 세코닉스에서 맡았다.

미니레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쓸 수 있다. 스마트폰 전력을 케이블로 끌어오는 구조인데, 애플에서는 이를 막아놨기 때문이다. EFIC은 전 세계에 출시된 1000종 이상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제품이 호환되도록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4,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5 등 국제박람회에서 제품을 선봬 놓고 정식 출시가 2015년 말로 늦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니레이’ 작은 돌풍…10개국 2만5000대 수출 확보=EFIC에는 2016년이 사업 원년이다. 미국 일본 홍콩 대만 베트남 인도 스위스 독일 등 10개국에 2만5000대의 수출계약을 확보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이동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패키지로 상품을 판다.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원이라면 스마트폰과 미니레이를 묶어 105만원에 파는 식이다. 휴대전화 요금은 24개월 이상 할부로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5만원을 더 내는 게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것이 권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으로 베트남에서만 1만대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자는 것이 우리 정부의 방침이나 권 대표는 생각을 달리했다.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정책이 강합니다. 일례로 제품 인증만 해도 그래요. 미니레이는 CE인증, KC인증, 친환경인증인 로하스인증까지 세 개를 받았습니다. 웬만한 국가에 수출하는 데는 문제가 없죠. 중국은 다릅니다. 중국강제인증(CCC)를 받아야 하는데 인증비용이 1300만원입니다. 앞서 말한 세 개의 인증을 받는데 750만원이 들었는데 말이죠”

◇국내 온라인판매 ‘덤핑’ 우려, 신중하게 접근=국내 빔 프로젝터 시장이 큰 편은 아니다. 경기 불황에 국내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떨어져 당분간도 쉽지 않다는 것이 EFIC 한상진 부사장의 설명이다.

한 부사장은 “예전에는 월급이 나오면 소비도 하고 저금도 했는데 지금은 매달 지출하는 고정비용이 커졌다”면서 “새로운 것에 돈 쓸 여력이 없어졌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 의존하면서도 그밖의 제품에는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마켓 위주로 제품을 팔 생각이다. 지금은 취미전용 쇼핑몰인 ‘펀샵’, ‘원더샵’ 등 일부 몰에서만 미니레이를 판매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달 말부터는 오픈마켓에도 내놓을 생각이지만 최대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유통업자들의 덤핑 때문이다. 

“제품이야 유통업자에게 주면 충분히 팔립니다. 문제는 가격이죠. 처음에는 정가에 팔다 나중에는 재고를 털어내려 가격을 내릴 수 있습니다. 미니레이가 18만9000원인데 한 유통업자가 15만원에 올려놨다고 칩시다. 그 가격에 단 5개만 제품을 팔아도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온라인상에 그 가격이 수개월간 남아 있거든요. 물론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면 품절이라고 뜨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제 가격에 사기 꺼려집니다. 그렇게 가격이 무너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