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惡이라도”…

2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제3 별관에서 동양그룹 관련 5개 회사의 제2차 관계인집회가 열린 가운데 피해자들이 집회 참관을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지법 파산6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21일 ㈜동양에 대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 93%, 회생채권자 69%의 동의율로 ㈜동양에 대한 회생계획안이 가결돼 이를 인가했다. 주주는 회생절차 개시 당시 부채총액이 자산총액을 초과해 의결권이 없었다.

인가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회생담보권자는 원금 및 회생절차 개시 전 이자를 100% 현금 변제키로 했다. 다만 특수관계사인 티와이석세스의 경우 17%를 출자전환하고 83%를 현금변제한다.

회생채권자 중 일반채권자에 대해서는 원금 및 개시전 이자의 55%는 출자전환, 45%는 10년에 걸쳐 현금변제 조건이다. 또 회생채권자 중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 채권은 원금 및 개시 전 이자의 90%를 면제하고 10%만를 10년에 걸쳐 현금 변제키로 했다.

아울러 자산 등을 매각할 때 예상 금액보다 고가에 매각한 경우 그 차액은 채권 변제에 사용하되 제10차년도에 해당하는 변제 금액부터 순차적으로 변제하는 단서조항이 달렸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서 열린 ㈜동양에 대한 관계인집회는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 900여명이 모여 회생계획안 찬반투표에 참여했다. 한꺼번에 몰려 든 인파 탓에 일부 참석자들은 소지품 검사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법원 직원들에게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초 동양사태의 피해자 규모가 최소 2만8000여명에 이르는 점에 비춰 이날 관계인 집회는 최소 수천명의 피해자들이 몰려 다소 혼잡하면서도 격양된 상황이 예상됐다. 이를 대비해 법원 측은 집회에 참석하려는 채권자들을 안내하거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100여명의 직원을 현장에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날 관계인 집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피해자들의 표정은 어두워지만 대부분은 법원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교부받은 투표용지를 손에 꼭 쥔 채 별다른 소란 없이 집회장으로 모였다.

이날 관계인집회에 참석한 채권자협의회 서 모씨는 “회생계획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번 사태로 피눈물을 흘렸던 개인 피해자들의 한스러움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나마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리인의 회생계획안 보고 절차가 이뤄진 이후 의견진술 절차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경우 채권자들이 회사를 감시할 수 있는 어떤 장치가 있는지”, “임원 선임시 채권자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과 노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동양의 공동관리인으로 선임된 정성수 전 현대자산운용 대표는 “인가된 계획안에 따르면 채권자들은 출자전환으로 지분율이 86%에 달해 회사의 주인이 된다”며 “채권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회사를 감독할 수 있는 당위성에 충분히 동의하고 있고 이를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채권자들의 대표자가 비상근 형태로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법원과 협의해 좋은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면서도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채권자 김모씨는 “회생계획안에는 향후 10년 동안 채권을 상환키로 했는데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고령이어서 변제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고 말한 후,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2대 1로 감자하는 것은 막대한 피해를 본 채권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조사위원에게 변제기간을 단축시킬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고, 조사위원은 "청산가치보장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회생계획 이행가능성이 없게 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재판부 역시 “현재 동양은 영업이익을 내는 사업이 활발한 상황이 아니고 어렵게 최선을 다해야 회생계획을 이행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회생인가가 되지 않으면 결국 상장폐지로 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라고 달랬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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