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스타트업 삼성’을 선언했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나 관행을 버리고 글로벌 기업에 맞게 일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조직문화를 혁신해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 문화를 지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 산업을 이끌어오던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대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는데 따른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는 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은 최근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이같은 스타트업 선언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비대해지고 권위적인 국내 대기업의 조직 구조로는 저성장이 고착화된 ‘뉴노멀’ 시대를 벗어나고 새로운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연한 조직구조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혁신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우리 대기업의 상명하달식 내부 문화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창의적인 조직의 특징은 수평적인 문화, 자유로운 업무환경,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의사결정 시스템이라고 했다. 삼성 역시 날렵하고 유연한 창의적 조직으로 혁신하는 게 ‘스타트업 삼성’의 핵심인데, 정작 삼성 내부 반응은 시큰둥하다. 삼성에 근무하고 있는 한 중간관리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아직 스타트업 삼성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또 하나의 상명하달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스타트업 삼성’을 외부에 알리기 앞서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했고 의견이 반영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겠다는 게 ‘스타트업 삼성’인데 구성원 공감대가 없었다면 또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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