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개선에 발벗고 나서겠다며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개최하고 각종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단체들도 이참에 묵은 손톱밑 가시를 제거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제도들을 규제라고 주장하는 일부 경제단체의 주장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전경련은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이 가능한 기업들의 상장 비율이 감소한다며 상장을 촉진하기 위해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가능 기업은 811개였으나 실제로 상장을 한 기업은 0.5%인 4개에 불과했다.

상장가능 기업 중 실제 상장기업의 비율은 2010년 3.3%를 기록한 뒤 2011년 2.2%로 감소했고, 2012년에는 0.8%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은 2008년에도 상장가능 기업 중 1.2%가 실제로 상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비율이 얼마나 크게 감소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전경련은 “주식시장 침체로 자금조달은 어려운데 각종 규제로 인한 상장유지비용까지 감당해야하니,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상장법인에 가해지는 각종 규제 중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폐지해 기업의 상장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기업의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우리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의 이같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 있다. 기업을 공개하거나 상장할 경우 공모를 통한 유상증자, 무의결권 주식의 발행한도 및 주식배당 범위 확대, 주주총회 소집절차 간소화, 주식매수선택권 확대 부여와 같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상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자금수요도 감소된 데다, 주식시장 침체로 인해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전경련은 스스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상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이 용이하도록 주식시장을 촉진하면 될 일이다. 상장을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은 상황에서 상장에 따른 비용을 줄이더라도 상장이 촉진될 리 만무하다.

전경련은 이 자료 뒤에 ‘상장법인 주요 규제’ 목록도 함께 첨부했다. 이 중 모든 법인에 해당하는 사항은 정기공시와 수시공시, 주요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제한, 주식매수선택권의 주주총회 사후승인 요구 등이다. 기업 투명성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이어서 “과도한 규제”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외에 주식매수선택권의 주주총회 사후승인 요구, 사외이사 선임요건 강화, 감사위원회 의무설치 및 구성 제한 등은 자산 2조원 이상인 회사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다. 지난해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 가능한 회사는 60곳에 불과했다.

설마 전경련이, 소수의 대기업에게만 적용되는, 그것도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사위원회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를 잘 선임하라는 규정을 “과도한 규제”라고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의 투명경영 의지가 그렇게 낮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원인을 잘 분석하고도 처방을 내놓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한 사안이기를 바란다. 투명 경영이 기업의 이익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글로벌 시장에 나선 대기업들이 더욱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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