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중소납품업체에 갑질을 할 수 있는 원인으로 ‘특약매입’ 방식이 꼽혔다. 특약매입은 반품이 가능한 외상 매입방식으로, 판매한 상품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공제한 판매대금을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거래 형태다.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구입해 책임 판매하는 직매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운영해 온 특약매입 방식이 중소기업의 원성을 사고 있는 만큼 유통 선진국처럼 직매입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백화점 특약매입 비중 73%=중소기업연구원은 29일 ‘대규모 유통업의 불공정행위 개선을 위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백화점 등 대규모 유통업의 과도한 수수료와 비용전가가 중소납품업체의 부담이 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특약매입에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특약매입 방식이 2014년 기준 73%를 차지했고, 직매입은 고작 4%에 그쳤다. 임대영업은 23%로 조사됐다. 반면 대형마트(84%), SSM(90%), 편의점(99%) 등은 직매입 비중이 높았다.

매입거래 유형별 비중

2014년 기준

또 백화점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추가비용 등도 중소납품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백화점 3사의 수수료율을 조사한 결과 롯데(28.5%), 신세계(28.4%), 현대(27.5%) 등의 순으로 높았다. 인테리어비·판매촉진비·광고비 등 추가비용도 만만찮은 것으로 분석했다. 백화점이 중소납품업체에 요구하는 비용을 평균 4970만원으로 추산했다.

중기연구원 장수정 연구위원은 “백화점 등 대규모 유통업의 과도한 수수료와 비용전가로 여전히 중소납품업체의 부담이 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특약매입 방식에 있다”고 했다.

◇미·영·프 등 선진국 ‘직매입’ 정착=선진국들의 경우 특약매입 보다 직매입 비중이 높았다. 미국의 경우 직매입 비중이 80~90%다. 백화점이 매입과 동시에 소유권을 가지면서 판매책임과 재고부담을 떠안는 직매입 구조가 정착됐다.

영국 백화점의 경우 직매입 비중이 61.9%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프랑스 백화점의 경우도 직매입이 60~70%였다. 반면 일본은 직매입 비중이 10%에 불과했다.

장 연구위원은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의 경우 직매입이 보편적인 거래형태로 자리잡았다”며 “유통업체라면 매입을 통해 재고책임까지 지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불공정행위를 규정하고 동반성장지수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유도하는 편이지만 좀체 근절되지 않는데다 처벌도 약하다”며 “유통 선진국의 경우 백화점과 납품업체간 사적 계약을 맺어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있지만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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