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도입해 기술유출 “양심에 맡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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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도입해 기술유출 “양심에 맡길 뿐” 보안 기술유용 해외의존…스마트공장 장려 앞서 풀어야 할 과제는㊦

기사입력2016-03-30 00: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와 관련 단체 및 연구기관 등은 제조업 혁신을 내세우며 중견·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공장을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응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중기이코노미 취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정부가 스마트공장 도입을 위해 민관합동으로 구성한 ‘스마트공장 추진단’에 우려되는 사안들에 대한 대책을 물었으나, ‘도입해야 좋다’는 의견 외에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결방안은 명확하게 내놓지 못했다.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공장 안팎에 사물인터넷 등을 도입, 전 공정단계를 자동화하고 시간·에너지·인력·물자 등 투입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게 스마트공장이다. 그동안 사람의 경험과 손기술에 의존해왔다면, 스마트공장에서는 작업공정 전 과정이 각종 스마트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장기적으로는 개별 공장뿐만 아니라 협력사, 물류 및 유통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전 공급망을 스마트화 하겠다는 게 정부정책의 주요 골자다. 독일과 미국, 일본 등 제조업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2010년 이후부터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뿌리산업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의견조사’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활성화를 위해 중견·중소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세제지원과 자금지원 그리고 인력지원이었다. 다시말해 산업현장에서는 비용과 인력문제가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정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최근 개최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구축 관련 설명회를 취재해보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데 업체당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4000~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전사적자원관리(ERP) 및 제조관리솔루션(MES) 등의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 스마트공장을 직접 구축해주는 A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4000~5000만원은 정부에서 얘기하는 금액”이라며 “실제는 기업규모에 따라 차이도 커 평균을 낼수 없을 정도로 들어가는 비용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입주한 B기업 관계자는 “스마트공장을 운영하려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수적인데, 그런 고급인력이 중소기업 월급을 받고 공장에 취업하겠느냐”며 우려했다.

이와관련 스마트공장 추진단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것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면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서버를 관리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기업이 가진 대용량의 인프라를 활용해 스마트공장 데이터를 수집·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킹이나 기술유출 등의 보안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 추진단 관계자는 이에대해 스마트공장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해킹이나 기술유출 사례가 아직까지 없고, 클라우드 서버나 스토리지 서비스는 전문적 보안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스마트공장이 발달한 독일에서도 지난 2014년 한 제철소 용광로의 제어시스템이 해킹공격으로 파괴되면서, 관련 산업이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아직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해서 손 놓고 안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지난해 하노버 Messe 전시회에서 발표된 스마트기술 가운데 ICT를 기반으로 한 통합제조시스템(IMS)<사진=한국표준협회>

아울러 대기업의 기술탈취나 기술유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서버를 이용하게 되면 중소기업 기술유출도 우려된다. 공정과 품목별 제조 분업화에 따라 대기업과 협력사간 유기적 연계가 필수적이지만, 이 과정을 공유하다보면 고유기술과 노하우 등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이에대해 “이는 정부가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각 기업 담당자의 양심과 중소기업의 위험관리 능력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로선 사전에 기술방지 교육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러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12조의3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서는 안된다, 원사업자는 취득한 기술자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유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는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생산과정 등이 드러날 경우 이를 기술탈취 및 유용으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또 스마트공장이 최고 수준의 자동화에 이르면, 공장 내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텐데 이에대한 고민도 없다. 추진단은 시스템 담당 인력 등을 육성·채용해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지능형 생산시스템을 통해 일을 더 할수 있다고 밝혔지만, 기계가 사람 일을 대체하면서 채용인원보다 일자리를 잃을 기존인력 수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의 가장 큰 공장 가운데 하나인 독일 진델핑겐 공장은 로봇이나 기계의 능력이 투박해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다시 사람 위주로 생산라인을 재편하고 있음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스마트공장의 핵심 원천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고 기기·소프트웨어 등 스마트공장 공급산업 기반도 취약하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가 지난해 8월 발간한 ‘국내 제조업 고도화 방안으로서 스마트공장의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공장의 기초기술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주요 기술 경쟁력은 주요 선진국의 70%미만 수준이다. 특히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독일 지멘스, 미국 록웰, 일본 미쓰비시 등 5개 기업이 스마트공장 관련 기기·소프트웨어 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2014년 기준 국내 스마트공장 시범사업 추진 당시 공급기술의 국산화율은 34.1%에 불과하다. 이도 중저가 장비와 부품 등에 편중돼 있고, 고부가가치 분야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스마트공장을 구축해도 수익의 일정부분은 해외로열티로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뒤늦게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사전에 면밀한 검토와 방안없이 무턱대고 스마트공장 도입만을 장려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순서가 뒤바뀐 맞지 않는 정책이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의 이상목 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smart)라는 단어는 누가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며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 제조국가의 정책을 무조건 도입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수준에 맞춰 중장기적으로 산업별, 규모별로 차별화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