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지역별 전략산업에 맞게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발의했다. 대구는 자율주행차, 충북은 바이오의약, 전북은 탄소산업 등 지역별로 전략산업을 정하고 관련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내용이다. 상세 내용을 보면 대기업을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법인데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다’는 수식어를 달았다. 지역마다 대기업을 끼워놓고 관치 정책을 펴는 것이 창조경제혁신센터 하나로는 모자랐던 모양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 내용은 파격적이다. 세제 지원, 인허가 기간 단축, 특허 우선 심사, 국공유재산 사용·수익·대부·매각 허용, 연구소 설립요건 완화, 사업을 위한 도로통행금지 가능, 그린벨트 해제 시 훼손지 복구사업을 보전부담금으로 대체, CCTV 설치 제한 완화 등 특례만 73건이다. 법안은 통과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몇몇 대기업들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손을 잡은 대구는 시를 사물인터넷 시범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지역전략산업을 정했는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특별법 발의를 알리며 지역별 전략산업 선정 결과도 발표했는데, 선정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부산은 해양관광, 제주는 스마트관광으로 지정된 것을 보니 지역 특성을 감안한 듯 보이는데 짐작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밖의 지역을 보면 드론(전남), 에너지신산업(광주), 3D프린팅(울산), 유전자의약(대전), 스마트기기(경북) 등 소위 ‘뜬다’는 아이템을 지역별로 찢어놓은 양 보인다. 지역을 살리겠다는 법안인데 왜 지역에서 해당 산업을 키워야 하는지는 빠져있는 아이러니다.

더 기가 막힌 건 이번 특별법이 민생법안이라는 정부의 주장이다. 기재부는 일자리 창출효과 몇 만명, 경제효과 몇 조원 등의 숫자놀음 대신 이번 법안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먹거리 확보를 지원하는 민생법안”이라고 밝혔다. 민생(民生)은 일반 국민의 생계라는 뜻이다. 민생 살리기는 규제 완화의 결과물이 아니다. 미래먹거리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좋다. 다만 기업 살리기를 ‘민생’으로 포장하는 기만적인 행태는 멈춰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