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에 무려 20만건이 넘는 특허출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기술료(로열티)를 창출하는 특허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그 수가 적다. 나머지 대다수 특허들은 등록번호만 받고 비용만 지불한 채 그 수명을 다한다. 장식품처럼 그저 대표의 방에 걸려 있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모든 아이디어가 특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아이디어 중 경쟁력을 갖춘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더라도, 돈이 되는 ‘효자특허’로 키우려면 오랜 시간과 개발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시제품을 제작해 선 보이고 완제품(또는 서비스)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고객의 니드와 다른 제품이거나, 디자인과 마케팅에 실패하게 되면 종국에 특허의 제품화는 이뤄질 수 없게 된다. 시장이 원하는 그리고 시장을 선도하는 특허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필자는 20여년 전에 한국 최초의 멀티미디어 특허를 등록해 사업을 시작했다. 흑백모니터와 XT컴퓨터가 대부분이었을 때, 컬러모니터와 CD-ROM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과 특허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이었다. 당시 대리점 계약을 하자는 요청이 쇄도했고, 각급 학교에 멀티미디어 시설이 의무화되면서 이 시스템에 거는 기대가 자못 컸다. 시대와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특허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컬러모니터와 CD-ROM이 PC에 장착되면서 필자의 특허와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한 탓이었다.[MTT 신용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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